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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이지훈이 눈썹을 올리며 은근하게 물었다. “그렇게 오래 같이 살았는데 진짜 감정이 하나도 안 생겼다고? “감정?” 최하준이 비웃었다. “너는 주방에 일해 주시는 분하고도 감정이 생기더냐? 예전 같으면 참아줄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이대로 못 참아.” 이지훈이 에라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아니면, 뭔가 방법을 강구해 보든지. 밖을 못나오게 한다거나.” 최하준은 입가가 굳어지면서 과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안 그래도 호시탐탐 날 덮칠 기회만 노리는데 그랬다가는 아주 미쳐버릴걸. 문이란 문은 다 부숴버릴지도 모르지.” “…….” 이지훈은 그 장면을 잠시 상상하더니 부르르 몸을 떨었다. “나 좀 가만 내버려 두라고. 물이나 좀 줘.” 최하준은 다시 입이 마르는 것 같았다. ****** 새벽 4시, 수액을 다 맞고 나자 겨우 열이 내려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집에 들어서자 여름이 소파에서 자는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푹 잠이 들어 있었다. ‘혼자서 자면 무서워서 악몽을 꾸느니 어쩌니 하더니 혼자서 잘만 자네. 전부 거짓말이었던 거야. ‘나는 오밤중에 병원에 가게 만들고 저는 집에서 편히 잤단 말이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소파로 다가갔다. “좀 일어나 보시죠.” 여름이 흠칫 놀라며 일어나 앉았다. 최하준이 사신 같은 목소리로 맞은편 소파에서 말하는 모습을 보았다. 여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 왔어요? 이, 이제 좀 괜찮아요?” “덕분에 밤새 병원에서 치료 받고 왔습니다.” 어젯밤 상황이 다시 떠오르니 더욱 모욕적으로 느껴졌다. “내 평생 당신하고 혼인신고 한 게 가장 후회스럽습니다. 그 집에 갇혀있을 때도 구하러 가는 게 아니었다 싶군요.” 여름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화가 날 만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앞으로는 주의할게요.” “앞으로?” 최하준이 여름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우리 사이에 ‘앞으로’가 있을 것 같습니까? 보기만 해도 역겹습니다. 더러워요!” 최하준의 말에 독기가 서려 있었다. 여름의 눈시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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