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4화
여름이 다시 자신을 유혹하는 것인가 싶었다.
“아니, 두 분 그런 얘기는 두 분이 따로 나누시죠.”
경찰이 헛기침을 하며 난처한 듯 말했다.
하준은 여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게 다 강여름 때문이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이야!’
“알겠어요.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여름은 또각또각 힐 소리를 내며 경찰서를 나섰다.
하준이 성큼성큼 따라 나오자 여름은 대뜸 번호를 내밀었다.
“내 계좌 번호.”
“……”
하준은 여름과 함께 있을 때마다 혈압이 확확 오르는 것을 느꼈다.
“잠깐 금액이 이상한데? 왜 이렇게 많아?”
“내 신발 값도 물어주셔야지.”
여름이 당연하다는 듯 하준을 쳐다봤다.
“그 뮬, 리미티드 버전 명품 신상이었다고.”
“그 슬리퍼로 날 때려 놓고 아주 뻔뻔하게도 물어내라네.”
하준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러면 가서 다시 찾아오시던지. 누가 그런 걸 창밖으로 던지래?”
“……”
비록 국내 최고의 변호사 신분이었지만 이때만큼은 할말이 궁해졌다.
“아, 빨리. 나 바쁘단 말이야. 약속 잡혀있다고.”
“누구랑? 도재하인가?”
하준의 시선이 무거워졌다.
여름이 눈을 반짝 하더니 갑자기 하준에게 다가섰다.
원래도 가까웠던 두 사람은 이제 거의 몸이 붙어있었다. 여름의 몸에서 나는 향긋한 체취가 올라왔다.
아찔해진 하준의 이성은 여름을 뒤로 밀어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여름에게서 나는 향기는 하준을 취하게 만들었다.
“가, 강여름. 뭐 하는 거야?”
“그 말은 내가 물어야 할 것 같은데? 당신 아직도 마음속에 내가 있는 거 아냐?”
여름이 눈썹을 휙 세웠다.
하준은 웃긴다는 듯 여름에게 한 마디 하려는 순간 갑자기 여름이 손가락을 뻗어 하준의 입술을 눌렀다.
여름의 손가락에서 퍼진 찌릿한 느낌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하준은 몸이 완전히 굳어져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입으로는 나랑 이혼하고 싶다고 하면서 뒤로는 유부녀 신분으로 바람 날까 봐 그런다며 내 사생활까지 일일이 간여하려는 걸 보니까 당신 마음속에 백지안만 있는 게 아니지? 백지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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