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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화

뒤에서 백지안이 눈을 내리깔았다. 두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백지안은 사실 연화정을 편안히 보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준이다 영식이에게 특별히 부탁까지 하다니 내가 못 미더운 건가?’ 백지안은 강여름이 녹은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늘 자신의 행실이 제 발등을 찍은 격이었다. ‘망할 강여름, 백소영만큼이나 짜증나.’ ---- 주차장. 임윤서가 소곤소곤 여름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지금 보니까 송영식이 백지안을 좋아하나 봐. 저런 남자랑 연애하는 사람은 무슨 죄냐. 머리는 나빠가지고 청순 가련한 척하는 백여시한테 넘어가서 정신도 못 차리고… 와씨! 설마 백지안이랑 키스하고 막 그런 사이는 아니겠지? 갑자기 토하고 싶네? 아오, 내가 전에 송영식이랑 강제로 키스한 적이 있거든. 그러면 나 백지안이랑 간접 키스한 거 아니냐?” “……” 여름은 놀란 얼굴을 했다. “언제 송영식한테 강제로 키스를 했대? 아무리 남자가 없어도 그런 인간한테…. 길가다 아무나 잡고 해도 그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왜…?” “아오, 그게 다 윤상원이 찾아왔을 때 하필 송영식이 옆에서 지나가고 있었거든. 그래서 내가 윤상원한테 보여주려고 송영식한테 키스를 해버렸지. 나도 아주 후회막심이다. 우웩~” 여름이 확 인상을 썼다. “아, 토하는 시늉도 하지 마. 나도 토하고 싶잖아. 백지안 전남친이 내 남편인데 키스를 얼마나 했는 줄 아냐?” “어머, 그럼 너랑 백지안은 간접키스를 얼마나 한 거야? 야, 집에 가서 입 씻어!” 내내 앞에서 걷던 하준은 어이가 없었다. ‘저 둘은 여기 주차장이 얼마나 소리가 울리는 지 모르나? 당신들 하는 얘기 나한테도 다 들린다고. 당신들 눈에 나랑 영식이가 아주 쓰레기로 보이나?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 하준이 걸음을 멈췄다. 임윤서는 알겠다는 듯 하준의 눈치를 한번 살피더니 바로 말했다. “내 차는 저쪽에 세워놨거든. 간다. 나중에 봐.” “나도 차 가져왔어.” 여름이 차가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 이때 하준이 여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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