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화
서경주가 설명했다.
“여름이 약혼자일세, 진영 그룹 회장이야.”
“모르겠군요.”
하준이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앞에 놓인 찻잔을 흔들고 있었다.
“이댁에서는 뭐 주빈석에 이렇게 아무나 다 앉히나 봅니다?”
이 말에 양유진의 기품 있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맑은 눈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서늘함이 스쳤다.
여름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서유인이 참지 못하고 ‘푸흡’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요, 하준 씨가 어떤 사람인데 아무나 하고 같이 앉을 순 없죠.”
양유진을 불렀던 박재연은 난처해졌다.
“저는 다른 테이블에 앉겠습니다.”
양유진이 여름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고는 몸을 돌려 다른 테이블로 갔다.
“잠깐만요, 같이 가요. 저도 뭐, 최 회장과 같이 앉을만한 사람은 못 되거든요.”
여름도 양유진을 따라 가장 구석진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주빈석에 앉은 하준은 입술을 꾹 다물고,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굴엔 온통 싸늘한 기운으로 덮여 있었다.
다들 하준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서신일은 겉으로는 웃고 있었으나 속으로 여름을 욕하며 말했다.
“아이고, 이거 정말 미안하구먼. 저 애가 철이 좀 없어서. 너무 신경 쓰지 말게. 애가 좀 교양이 부족하지.”
“아버지.”
서경주는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조용히 해라.”
서신일이 그런 서경주를 무섭게 노려봤다. 그리고는 서유인에게 눈짓했다.
서유인이 하준의 팔을 잡고 아양을 떨었다.
“걱정 마세요. 다음부터 우리 집에서 저 두 사람은 다시 볼 일 없을 거예요.”
“그럼, 다음부터 자네가 올 때는 저 둘은 무조건 없을 걸세.”
하준이 입술을 살짝 비죽거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OK’ 하는 것 같겠지만, 사실 최하준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심기가 더 불편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인이었다.
이들의 대화는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름에게도 들렸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자신을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자신의 불행을 그들은 즐기고 있었다.
여름의 얼굴이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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