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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화

경박하기 짝이 없군. 하준은 채찍을 휘두르더니 가버렸다. 유인은 훤칠한 뒷모습을 넋을 잃고 쳐다봤다. ‘정말 너무 멋있어. 저런 남자를 보고 나니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니까. 꼭 저 남자와 결혼하고 말 거야.’ ****** 사무실. 오봉규 사장이 의기소침해서 여름에게 보고했다. “강변 개발 건은 웅산에 가기로 결정되었답니다.” 여름이 깜짝 놀랐다. “어제는 절차만 밝으면 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최 하준 회장 쪽에서 이야기가 들어왔답니다. 웅산은 위 씨네 가문 기업인데 그쪽에서 최 회장 쪽에 줄을 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봉규가 괴로운 얼굴을 했다. “저희도 이번 프로젝트를 따려고 자금도 꽤 썼는데 아무래도 허탕친 것 같습니다.” 여름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웅산이 어떻게 최하준에게 줄을 댔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하준이 정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웅산을 도와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최소한 옛정은 생각해주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지, 그 인간이랑 나 사이에 무슨 정이 있겠어?’ “다른 지역을 알아볼 수 있겠습니까?” 여름이 물었다. “지금은 다들 강변 쪽만 바라보고 있는 데다 다른 지역은 너무 지가가 높아서 프로젝트를 따내도 이득이 없습니다.” 오봉규가 답답한 듯 말했다. “그냥 서울을 포기하시죠. 우리는 외지인이라서 서울을 뚫기가 너무 힘듭니다.” “도저히 안 되면 방식을 바꿔야죠. 화신도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잖아요. 의료, 금융, 여행, 서울은 국제적인 통로를 가지고 있으니 어디에든 돈을 벌 기회는 널려있어요.” 여름이 가볍게 말했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거예요. 다원화해야 도태되지 않아요.” 오봉규가 활기차게 말했다. “맞습니다. 제가 바로 팀을 꾸려서 논의해 보겠습니다.” 여름은 이날 종일 회사에서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밤 10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유인이 느른하게 소파에 늘어져서 팩을 하고 있었다. 눈에 비웃음을 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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