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화
하준은 일순간 얼음이 되었다. 여름의 부드러운 어깨를 짜증스럽게 잡았다. 잔뜩 잠긴 소리로 무겁게 물었다.
“지금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양유진? 만약 양유진이라고 하며 밖으로 바로 던져버릴 참이었다.
“쭈운…, 쭌….”
여름이 들릴락말락 한 소리로 쥐어짜듯 말했다.
여름은 배가 아플 때 하준이 늘 배를 문질러 주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강여름, 취한 거 아니지?”
여름의 작은 얼굴을 주물주물 꼬집어 보았다.
‘설마 날 가지고 노는 건 아니겠지?’
“아파… 하지 마요.”
여름은 여전히 술에 취해 한쪽 다리를 들어 툭 찼다.
하준은 코피를 쏟을 뻔했다.
‘이 자식은 무슨 생각으로 이따위 천쪼가리를 입힌 거야?’
그런 여름을 보고만 있자니 고문이 따로 없었다.
“강여름 씨, 내가 얌전히 마사지나 해 줄 것 같습니까? 꿈 깨라고.”
하준이 여름의 볼을 세게 잡아당겼다.
“으응, 아야… 쭌….”
여름은 입술을 깨물면서 아이 같은 표정으로 몽롱한 눈을 떴다.
하준의 목젖이 심하게 움직였다. 여름을 바라보던 하준은 낮은 신음을 내뱉더니 이불로 얼른 덮어주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준은 자신도 모르게 주방에 들어갔다. 핸드폰을 꺼내 숙취 해소에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검색해 보았다. 한참동안 고심한 끝에 마침내 토마토주스가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집은 몇 달 동안 하준도 오지 않았던 곳이어서 냉장고에는 먹을만한 것이 없었다. 상혁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토마토 좀 사와.”
“……”
집에 돌아가 막 잠을 자려던 상혁이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
“회장님, 오밤중에 토마토는 뭐 하시겠요? 강여름 씨라도 주시려고요?”
“어, 강여름 먹여야 돼. 먹고 죽지만 않으면 되겠지. 빨리, 20분 내로 가져와.”
하준의 전화는 끊어졌다.
“……”
상혁은 상사의 기막힌 지시에 할 말이 없었다.
‘이 야밤에 어딜 가서 토마토를 사와?’
무슨 일이든 가능하게 하는 유능한 수행 비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토마토 하나 때문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결국, 상혁은 근처 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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