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여름이 난처한 듯 얼굴을 붉혔다.
“동성대극장이랑 국제공항까지 설계하고 프로젝트 책임자까지 맡았던 경력자인데 나이가 어리다고 다들 믿어주질 않아요. TH그룹 딸이라는 것도 밝혀지면 안 되고. 신분이 드러나면 사람들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대기업에서 보조직을 하거나 중소기업에서 디자이너를 하거나 둘 중 선택해야 했어요.”
여름은 전단지를 주우면서 말했다.
“보조가 되긴 싫어요. 잡일이나 하게 되고 좋은 디자인 컨셉이 있으면 다른 메인 디자이너가 가져가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요. 작은 회사지만 여기에서 일하면 전부 내 경력이 되고 프로젝트에 대한 보람도 있고요. 돈 좀 모으면 회사를 차릴 거예요. 지금은 고생이지만, 곧 좋아지겠죠.”
“TH로 돌아갈 생각은 안 해봤습니까?”
여름은 침울한 듯 고개를 저었다.
“TH그룹은 제 것이 아니에요. 내 손으로 이루어 내야 진짜 내 것이죠.”
열심히 전단지를 줍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최하준은 여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줍지 말아요.”
“안 돼요.”
여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렇게 전단지가 많이 없어진 걸 알면 대표님이 난리 칠 거예요.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서 게으름 피우면 안 돼요. 게다가 환경미화원들이 이걸 언제 다 치워요?”
기다란 손이 여름의 앞에 떨어진 전단지를 잡았다.
“같이 하죠.”
최하준이 몸을 굽히고 손을 뻗을 때 보니 소매 안으로 보이는 시계는 여름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브랜드였다.
브라운 컬러의 가죽 밴드에 사파이어 베젤이 있는 심플한 디자인의 손목시계다.
최하준이 하고 있으니 잡지 속 모델들이 차고 나오는 어떤 시계보다도 우아하게 빛났다.
여름의 시선이 하준의 다리로 옮겨갔다. 꿇어앉아 있어 짙은 네이비 슬랙스 속 근육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목욕 타월이 떨어진 날 기억이 순간 떠오르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으아아아, 내 머리 지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멈춰!’
“왜 그럽니까? 얼굴이 너무 빨간데!”
최하준이 여름을 쳐다보았다.
“그, 그게, 오늘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