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잠깐.”
최하준이 열쇠 꾸러미와 카드 한 장을 탁자 위에 놓았다.
“집을 옮겼습니다. 여기, 현관 열쇠랑 전에 쓰던 카드입니다.”
여름은 잠시 멍해 있었다.
“갑자기 이사는 왜요?”
“지오가 새끼를 낳았잖습니까? 비좁기도 하고 햇볕 쬘 마당도 필요했습니다.”
최하준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
너무 지쳤다. 자신이 고양이 한 마리만도 못한 존재였다니.
고양이는 밥도 안 하는데 초호화 주택에 살 수 있지 않은가.
“부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나한테 잘만 붙어 있으면 이런 삶이 가능하니까 말입니다.”
최하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앞으로 얌전히 곁에 있기만 하면 영원히 여름이 자신의 와이프 자리를 지키도록 할 생각이었다.
어쨌든 이혼하면 결국 누군가와 다시 결혼해야 할 텐데 그건 너무 귀찮은 일이었다.
“아.”
여름은 속으로 입을 삐죽거리고 있었다.
‘난 평생 밥이나 지을 생각은 없거든요? 죽어라 벌어서 480억 갚고 깨끗이 관계 청산할 겁니다.’
“그럼 이틀 후에 갈게요.”
“안 됩니다. 지금 바로 오십시오. 내가 퇴근하기 전에 집에 가 기다려요.”
최하준의 눈썹이 순간 찌푸려졌다.
“이번 소송이 얼마나 힘든 건지 압니까? 제대로 챙겨 먹고 잘 자야지, 안 그러면 질지도 모릅니다.”
“…아 네. 당장 들어가죠.”
여름은 억지로 살짝 웃는 표정을 지었다.
******
사무실을 나오자 여름은 바로 윤서의 집으로 가 짐을 챙겼다.
점심을 먹고 짐 옮길 준비를 하는데 윤서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여름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몸 잘 챙겨, 피임 잘 하라고.”
여름은 불덩이라도 받아든 것처럼 화들짝 놀라 받은 걸 집어던졌다. 얼굴은 온통 빨개져 있었다.
“장난해? 이런 걸 왜 줘?”
“이그, 원래 내가 쓰려고 샀지. 지난번에 오빠가가 여기서 자고 간다길래 혹시 쓸 일 있으려나 했는데 갑자기 일 생겼다고 가버렸잖아.”
윤서는 아쉽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쓰건 안 쓰건 네 맘인데 나중에 일 생기면 내 탓은 마라.”
여름은 잠시 생각하더니 두 눈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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