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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화

‘결국 하준이에게 몇억정도 받고 떨어지라니? 하준이를 거지로 생각하는 건가?’ 백지안은 하준이 서슬퍼렇게 사람을 압박하는 태도에 짜증이 났던 것이다. “난 최하준이 이제 아주 꼴 보기 싫거든. 그렇게 많은 돈을 넘겨줘서 다시 재기하는 꼴을 볼 수는 없지. 게다가 10%는 변호사 수임료로 줘야 한단 말이야. 아무 것도 모르면서.” “……” 영식은 멍한 얼굴이 되었다. 어째서인지 백지안이 분명 바로 옆에 있는데도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갑자기 자신은 백지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일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나 싶기도 했다. 백지안은 그저 하준에게 상처를 받아서 성격이 좀 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쩐지 이런 백지안의 모습에 거부감이 들었다. “저 앞에 쇼핑몰에서 내려줘. 쇼핑 좀 하게. 그리고 혼자 좀 있고 싶다.” 백지안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양유진과 잠자리를 가지고 나서부터 백지안은 점점 더 송영식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러나 일단은 송영식이라는 큰 나무를 놓고 싶은 생각도 업었다. 송영식은 뻘쭘해서 입술을 깨물었다. 백지안의 말투를 보니 쇼핑몰에는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괴로운 마음에 눈을 내리깔았다가 시동을 걸었다. 차는 곧 쇼핑몰에 도착했다. 백지안은 차문을 열더니 그대로 쇼핑몰로 들어갔다.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 송영식은 멀어져가는 백지안의 뒷모습을 보며 몸과 마음이 같이 허전해졌다. 오늘은 백지안의 재판 때문에 회사에는 하루 종일 휴가를 신청해 두었다. 종일 백지안과 함께 있어줄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백지안은 이렇게 자기를 내팽개치고는 떠났다. 혼자 가만히 차에 앉아 있자니 이제부터 뭘 해야 좋을지 몰라 멍해졌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전에는 하준이, 주혁이가 있었고 들러붙어 노는 어중이떠중이 친구들도 있었고, 그리고 형제들도 있었다. 그러나 가족과 관계를 끊었다고 선언하고 나서는 주변에 같이 술 한잔할 친구조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전유미의 개인 차량이 쇼핑몰 주차장으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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