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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8화

“됐거든요.” 윤서가 고개를 흔들었다. “난 당신의 책임 같은 거 필요 없다고. 당신 집안에서 아이가 필요하다면서 날 협박하니, 낳으면 되지. 하지만 결혼은 안 할 거야.” 송영식은 완전히 깜짝 놀랐다. 결혼도 안 하고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이며 심지어 자신과 결혼도 안 하겠다는 데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기뻐해야 맞겠지만 어쩐지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아니, 내가 그 정도로 싫다고?” “……” ‘어, 당신 정말 별로거든.’ 윤서는 속으로 욕을 하고 나서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전에 연애를 한 적이 있는데. 대학생 때부터 사귄 사람이었거든. 한 4~5년 사귀어서 양가 부모님과 서로 결혼 이야기가 오가던 사람이었지. 그런데 어느 날 자기 소꿉친구인 여자애 때문에 날 바람 맞힌 거야. 그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 보니까 그 인간 마음속에 1순위는 영원히 걔더라고. 데이트를 할 때도 데리고 나오고, 아프면 무조건 달려가서 간호해 주고…. 말로는 사랑하는 게 아니라 동생처럼 생각한다고 했지만 결국 참을 수가 없어서 헤어졌어. 그런데 헤어지고 나서 얼마 안 돼서 걔랑 사귀더라고.” “아, 헤어지고 나서 나는 너무 무서운 사람이라며 자기 소꿉친구가 진정한 사랑이라면서 나는 자기를 충분히 사랑해주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듣는 동안 송영식은 가슴이 저릿저릿했다. 갑자기 윤서가 너무 안쓰러웠다. 내내 자신만 힘든 사랑을 해 온 줄 알았는데 윤서도 똑같이 그렇게 아픈 사랑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남자를 잊지 못했어?” “그건 아니지.” 윤서가 고개를 저었다. “헤어지자는 말을 내가 꺼내긴 했지만 사실상 난 버려진 쪽이거든. 난 그런 기분을 또 느끼고 싶지는 않아. 아이 때문에 우리가 억지로 함께한다고 쳐도 당신 마음속에는 백지안뿐일 거잖아. 결국 또 버려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송영식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헀다. 그저 윤서가 고개를 숙이고 국수를 먹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마음이 쓰린 것이 너무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 그러면 무슨 일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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