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7화
“아, 몰라! 내가 먹던 칼국수를 쏟아버렸으니까 벌로 밥 해줘요. 배고파.”
송영식은 윤서의 배를 흘끗 보았다. 음식 같은 걸 해줄 생각은 없었지만 혹시 안 해줬다가 아기를 데리고 나가서 길에서 불결한 음식이라도 사 먹을까 봐 얌전히 가서 밥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식재료가 거의 없었다. 그저 국수뿐이었다.
한숨이 나왔다.
“아니 어떻게 집에 계란도 하나 없나? 나중에 어떤 사람이 같이 살지 진짜 불쌍하네.”
“만날 당신 회사에 가서 개처럼 일하느라고 바빠서 밥은 다 회사에서 먹거든요. 야근하고 돌아와서는 무슨 밥할 기력이 있겠어?”
윤서가 당연하다는 듯 받아쳤다.
“쳐다보지 말아요. 백지안도 뭐 나랑 별 차이 없을걸. 거긴 일하는 아주머니가 있잖아.”
“쓸데없는 소리. 걔는 가끔 혼자서 해 먹는다고.”
“뭐? 일주일에 한두 번 해 먹는 거? 그 정도는 나도 하거든요.”
“……”
송영식은 입을 다물었다.
말로는 윤서를 이길 수가 없었다.
결국 송영식은 국수를 끓였다. 한참 끓는데 윤서가 한마디 했다.
“청양고추 듬뿍 넣어줘요.”
송영식은 움찔했다.
시큼한 걸 좋아하면 아들이고 매운 걸 좋아하면 딸이라고 옛날 어르신들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임윤서 배 속에 아기는 딸인가?’
송영식은 반드시 아들을 낳아서 대를 이어야 한다 그런 고루한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귀여운 여자아이가 좋았다.
‘임윤서처럼 예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엄청 귀엽겠지? 하지만 성격도 임윤서를 닮았다면….
아니, 아니! 망상 멈춰!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다니, 그러면 지안이는 어쩌란 말이야?’
******
오후 1시.
송영식은 청양고추를 넣지 않은 비빔국수를 만들어 냈다.
윤서는 흘끗 보더니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에서 청양고추가 들어간 시판 다대기를 꺼냈다.
그러나 미처 다대기 통을 꺼내기도 전에 뒤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오더니 송영식이 윤서의 손을 치우고 냉장고 문을 닫아버렸다.
“임신했는데 이렇게 방부제가 들어간 걸 먹으면 안 돼.”
윤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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