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2장
"시준 씨," 그녀가 그의 이름을 또박또박 불렀다. "그만해요."
그의 입꼬리가 저도 몰래 올라갔고
웃으며 몸을 돌려 그녀를 따라 거실로 들어섰다.
이모님은 두 사람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저녁이 다 되었으니 드실 준비하세요. 전 올라가서 라엘이가 숙제를 다 했는지 보고 올게요."
라엘이는 초등학생이라 매일 적지 않은 숙제를 해야 했다.
진아연은 가정교사 한 명을 구해 매일 라엘이의 숙제를 봐주도록 했다.
라엘이는 공부에 대한 열정이 별로 많지 않았다. 라엘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 아마 성적이 올라가기 힘들 것이다.
다행히 라엘이는 말을 잘 들었는데 진아연이 짠 계획을 열심히 완성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시준은 아기침대 옆으로 걸어가 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지성이를 안았다.
그 모습을 본 진아연이 놀려댔다. "배가 고파서 마당을 나설 힘도 없다면서요?"
박시준은 그녀에게 조롱당하며 그녀가 자신이 아기를 안는 걸 거절하지만 않는다면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내 아들이 너무 귀여워서 그래. 보기만 해도 힘이 솟구친다니까."
"아, 그렇군요, 그럼 밥 먹지 말아요. 매일 아이를 안고 에너지 보충하면 되겠네요. 홍 아줌마도 번거롭게 밥을 안 해도 되고 잘 됐네요." 진아연이 계속 놀려댔다.
박시준은 지성이를 안고 아들에게 까꿍 하면서 그녀에게 대답했다. "난 배가 고파도 별 상관없는데 누군가는 안 괜찮을 것 같아서 그래."
진아연은 얼굴에 홍조를 띤 채 반박했다. " 내가 안 괜찮을 게 뭐 있어요? 잘난 척하지 말아요."
말을 마친 그녀는 손을 씻으러 화장실로 갔다.
박시준은 지성이를 안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지성이의 두 눈은 한 쌍의 검은색 보석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박시준은 이 자그마한 생명에 푹 빠진 것 같았다.
지성이가 갓 태어났을 때만 해도 그는 아이에게 이렇게 깊은 감정이 없었다.
그래서 시은이의 사고 후 그는 지성이와 대면하기 어려웠고 잠시나마 지성이를 원망하기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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