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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0장

이에 라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빠는 동생을 데리고 엄마와 만나면 안 된다고 한 적이 없어요. 동생이 엄마와 만나기를 원하지 않았던 거예요. 아무래도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진아연은 라엘이의 말에 마음이 복잡했다. 귀국 후, 진아연은 지성이를 B국으로 보내 그녀와 만날 수 없게 만든 사람이 줄곧 박시준이라 생각했었지만, 지성이의 생각일 줄 예상 못 했다. "엄마, 저는 아빠가 싫지만, 그래도 제 말은 잘 들어줘요." 라엘이는 일부러 아빠 편을 든 게 아니었지만 전달하려는 의미는 분명했다. 물론 진아연도 박시준이 아이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두 사람의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아이는 결국 그의 친자식이고 그 또한 어찌 자기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까? "라엘아, 아빠가 싫지 않으면 왜 방금 아빠 앞에서 그런 말을 한 거야?" 진아연은 라엘이 아빠가 싫다는 말할 때 박시준의 슬픈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저는 그냥 아빠를 열받게 하고 싶었어요. 엄마, 저 왠지 반항기에 들어선 것 같아요." 라엘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라엘아, 그래도 아빠를 화나게 하면 안 돼요!" 진아연은 차분하게 아이를 타일렀다. "왜요? 저와 동생한테 잘해주지 않을까 봐 걱정이에요?" "아니. 네 아빠도 이제 나이가 많은데 만약 네 말 때문에 몸이 아프면 어떡해?" 진아연 붉어진 얼굴로 말했고 라엘이는 엄마의 말에 멍했다. 라엘이 마음속 아빠의 이미지는 항상 같은 모습이었다. 아빠는 항상 위대하고 산처럼 듬직한 모습이었기에 엄마가 아빠도 늙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라엘이는 아마 아빠의 나이를 전혀 생각헤 본적이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지만, 엄마와 아빠도 늙을 거라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라엘아, 왜 그래?" 진아연은 갑자기 우울해진 딸의 모습에 바로 위로했다. "혹시 엄마가 한 말 때문에 놀란 거야?" 이에 라엘이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 저는 엄마와 아빠가 늙지 않았으면 해요." "사람은 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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