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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5장

이런 냉혈한 같은 이와 이런 종이보다 얇고 쉽게 무너지는 혼인은 차라리 없는 게 더 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럼 내 요구에 동의한 거야?" 박시준은 진아연이 이리 빨리 동의할 줄 몰랐다. 라엘이를 그리 좋아하고 아끼는 그녀였는데, 그와의 이혼 때문에 라엘이의 양육권을 포기하다니. "만약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라엘이의 양육권을 내게 넘길 건가?" 진아연은 그의 말에 어이없었다. "굳이 당신이 말하지 않아도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어요. 제가 거절한다고 뭐가 달라지죠?" 박시준은 그녀의 비웃음에 마음이 찢어졌다. 그와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그리 고통스러운 건가? 도대체 무슨 몹쓸 짓을 했다고 이러는 거지? 살인범도 아니고 방화범도 아닌데 말이야? "진아연, 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그러는데 말이야." 박시준은 말하면서 펜을 들었지만, 사인은 하지 않았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의 무정한 표정을 바라봤다. "저도 이해할 수 없어요. 제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당신과 재결합하자고 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제 알겠어요." 진아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의 시선에 맞섰다. "이제 알겠다고?" 박시준은 그녀의 비아냥에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듯했다. "그럼 뭘 알았는지 말해봐." "박시준 씨, 저는 당신과 다투고 싶지 않아요. 제 입으로 그리 험한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진아연은 한숨을 내쉬며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에 이를 악문 박시준은 펜을 꽉 잡고 물었다. "난 김영아가 죽어서 Y국에 간 것뿐이야! 사람이 죽었는데, 가보는 것조차 안 된다는 거야?!" "김영아와 두 사람의 아이에 대해 다시는 얘기하지 마요! 죽은 사람은 편안히 저세상에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진아연은 그의 말을 딱 잘라 끊었다. 사실 김영아와 그 아이는 이들한테 시발점에 불과했다. 진아연이 진짜 그와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그녀에 대한 박시준의 무관심 때문이었다! 진아연은 박시준이 그래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진짜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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