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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0장

홍 아줌마는 한참을 망설인 후에야 뒤돌아 열쇠를 가지러 갔다. 박시준과 진아연이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홍 아줌마는 진아연에게 열쇠를 가져다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시준은 홍 아줌마를 존중하는 편이었고, 홍 아줌마를 아랫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홍 아줌마 역시 자신의 직권을 넘어서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 그런 홍 아줌마라 해도, 홍 아줌마가 실수를 하거나 박시준이 참고 넘길 수 있는 한계점을 건드린다면, 박시준은 홍 아줌마를 가차 없이 해고할 것이다. 홍 아줌마는 그런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아연에게 침실의 스페어 키를 가져다준 것이다. 하지만 진아연이 훗날 이 집의 안주인이 될 것이 틀림없기도 했다. 홍 아줌마는 진아연에게 열쇠를 건네주고선 그녀를 훑어보며 말했다. "아연 씨, 우선 샤워부터 하는 게 어때요? 감기 걸리겠어요. 옷은 제가 가져다 줄게요." 진아연은 열쇠를 꼭 쥔 채, 계단을 바라보았다. 박시준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강제로 문을 열고 그의 방에 들어간다 해도, 그에게 쫓겨나버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 시각, 다른 한편. 마음에 드는 집을 최경규에게 빼앗긴 후, 박한과 박우진은 줄곧 전셋집에서 살았다. 지난 며칠 동안 박우진은 몇 군데 집을 더 보러 다녔지만, 특별히 만족스러운 곳이 없었다. 박한은 집을 보러 다닐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저 최경규의 그 잘난 아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이 일은 마치 가시처럼 그의 마음에 깊이 박혀, 분명히 알아내지 않고서는 그는 밤에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그는 부자 순위 명단에서 최경규보다 어린 부자들의 사진을 출력해 계속 훑어보았다. 박우진은 샤워를 마치고 나와 물을 마시다, 또다시 부자들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버지를 보자 순간 화가 치밀었다. "아버지, 제정신이세요?" 박우진이 그를 원망하며 말했다. "이 사진들을 본다고 우리가 부자라도 될 수 있대요?" 박한은 고개를 들어 아들을 바라보았다. "최경규의 아들을 찾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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