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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미모야 더할나위 없지만, 성질은… 차마 빈말로라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 그러나 최하준이 왜 이런 곳에 있는지, 여름은 순간적으로 가방을 들고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앗, 두 분….” 양유진은 놀라서 일어나 두 사람과 악수했다. 최하준에게 손을 뻗었을 때 최하준은 거만하게 눈썹을 위로 한번 쓱 올렸다. 그대로 몇 초가 흐르면서 양유진은 민망해졌다. 아마도 자신과는 악수를 하지 않으려나 보다 생각할 즈음 최하준이 손을 뻗어 악수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기분이 별로라서요.” 양유진은 최 변호사와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특히 지난 번에는 진영그룹이 얽힌 소송을 한 건 맡아줬으면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잘 풀리는 것 같았으나 나중에 법률사무소 쪽에서 없던 일로 하자고 했었다. 그래서 양유진은 최하준에게 그리 호감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최하준은 법조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니 체면을 세워줄 필요가 있고 혹시나 나중에라도 있을지 모를 협력의 가능성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양유진은 웃으며 물었다. “누가 이렇게 언짢게 했을까요?” 최하준은 힘줄이 선명한 손가락으로 장미를 잡아 돌렸다. “여자들은 이런 유치한 걸 좋아하나 보죠?” 여름은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양유진의 점잖은 얼굴이 잠시 굳었다. 이 꽃은 방금 자신이 여름에게 준 꽃이었다. 그런데 ‘유치한 것’이라니.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지만 드러낼 수는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유치할 수 있어도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마음에 새길만한 것일 수도 있지요.” “아~ 어쩐지. 내가 이런 걸 잘 몰라서 우리 와이프가 나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구나.” 최하준의 눈 위로 기다란 눈썹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푸헙!” 여름이 마시던 주스를 뿜었다. 양유진이 급히 냅킨을 건넸다. 여름은 인사를 하며 받아 들었다. “고맙습니다.” 최하준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하고 여름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놀라시는 겁니까?” 여름은 올라오는 화를 억누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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