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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9화

최양하가 이어서 외쳤다. “아버지는 우리 어머니를 전혀 사랑하지 않죠. 수십 년 간, 어머니는 그저 도구였어요. 그러니 아들인 내가 기꺼울 리도 없겠죠.” “계속해보거라.” 추동현이 담담한 말투로 천천히 뱉었다. 그 담담한 모습을 보니 최양하는 더욱 소름이 돋았다. “FTT 안에 스파이가 있는 거겠죠. 그 사람이 신제품 자료를 빼돌렸을 테고요. 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형님의 주의력을 돌리고 내가 FTT의 배신자라고 믿게 만든 겁니다. 아니면 저를 최씨 가문에서 철저히 갈라내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요.” “역시 내 아들이구나. 추리가 훌륭해.” 추동현이 팔짱을 꼈다. “이번 일로 네게 아주 실망했다. 그러나 내 아들이니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주지. 앞으로 우리 추신을 위해서 힘써준다면 네 몫이 섭섭하지는 않을 게다.” “됐습니다. 아버지 말씀이라면 믿을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으니까요. 제 아버지지만 저는 평생 아버지처럼 비열한 냉혈한은 본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위해서 그 많은 자금을 출자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심하게 상처 주실 수가 있습니까? 전 영원히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최양하가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추동현을 노려보았다. 추동현은 그 말을 듣더니 웃었다.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너 따위의 용서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나? 너무 자아가 비대한 거 아닌가? 내 곁에 서지 않겠다면 마음대로 해라. 어쨌든 내가 아들이 너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더나 추동현은 차에 올라탔다. 시동이 걸리더니 창문이 천천히 내려갔다. 추동현이 얇은 입술을 벌려 싸늘하게 최양하를 쳐다봤다. “안타깝지만 내게서 떨어져 나간다고 최씨 집안에서 널 아껴주지도 않을 거다.” 매연 냄새만 남기고 차는 떠났다. 최양하는 그저 망연자실해서 서 있었다. 하루 사이에 최양하는 FTT의 배신자가 되었다.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믿어주지 않고 아버지는 아끼는 혼외자식을 두었다.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했다. ‘하아아….’ 처량하게 화단에 쭈그리고 앉았다. 어쩌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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