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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최하준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젠장, 구청 가는 게 이렇게 기쁠 일이냐? 아, 드디어 날 보게 돼서 기쁜 건가? 그거군. 그날 그러고 나갔는데 이제 돌아오려니 면목이 없겠지. 그러니 일단 핑곗거리를 찾아낸 거야. 이따가 말투를 좀 부드럽게 해야겠다.’ 어쨌든 요즘 밥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최하준은 제대로 밥도 먹은 적이 없었다. ‘뭐, 가는 길에 케이크나 하나 사가지고 가자.’ 최하준은 치즈케이크를 사들고 갔다. 여름은 지난번에 최하준이 사준 하얀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겉에는 베이지색 모직코트를 입었다. 오후의 찬란한 햇살을 받으니 깨끗한 피부가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최하준의 입술이 섹시하게 슬쩍 올라갔다.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고 구청에 오다니, 정말 이혼을 하려는 건지 내 마음을 돌리려는 건지 너무 뻔한 스토리 아냐?’ 최하준이 케이크를 들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최하준을 본 여름의 눈이 반짝 빛났다. “가요!” 하더니 여름은 앞장서서 구청으로 들어갔다. 최하준은 할 말을 잃었다. 상상했던 것과 상황이 좀 달랐다. “잠깐.” ‘너무 상황 파악 못 하는 거 아닌가? 케이크까지 들고 왔으면 체면은 살려준 거잖아?’ “왜요?” 여름이 의아하다는 듯 돌아봤다. “왜 그러겠습니까? 강여름 씨, 나는 기회를 줬습니다.” 여름은 최하준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라서 멍하니 있었다. “이혼하기로 했잖아요? 빨리 들어와요. 오후에는 회사 들어가 봐야 하거든요.” 최하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한 여름을 가만히 보았다. 심장이 쿵 떨어졌다. ‘진심인가? 진짜 이혼하고 싶은 거야? 대체 왜?’ 그런 생각이 들자 알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내가 언제 이혼하겠다고 했습니까?” 여름은 기가 막혔다. “아까 전화로….” “내가 여기 와서 이혼하겠다는 말을 한 건 아닐 텐데요?” 최하준이 얼음처럼 차갑게 웃었다. “강여름 씨, 날 뭘로 보는 겁니까? 결혼이라는 게 당신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는 겁니까? 날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도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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