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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알겠어요. 가요.” 여름은 조용히 할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나갔다. 여름과 강태환 부부, 한선우는 모두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앉아서 보니 양유진이 다른 테이블의 주빈석에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친척이라고 하지 않았나? 왜 선우 오빠네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앉아 계시지?’ 게다가 최하준은 외삼촌이라는 사람이 막상 잔치에는 얼굴도 들이밀지 않았다. 진가은, 채시아처럼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도 모두 참석을 했다. 여름이 속으로 비웃었다. ‘강여경이 나랑 안 친한 인간들하고 인맥 만드느라 애썼네.’ 곧 약혼식이 시작되었다.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친지와 지인들이 참석해 준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했다. 마지막에 한선우와 강여경이 무대에 올랐다.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강여경과 검은 수트를 입은 한선우가 함께 서 있으니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 무대 아래 하객들이 수군거렸다. “여경이가 시골에서 자랐다는 데도 아주 우아하고 단정하네. 한선우가 한눈에 반할 만 하구먼.” “그러게 말이야. 작년까지만 해도 여름이랑 약혼하는 줄 알았는데 남자가 여경이를 택했다면서. 하긴, 사람이 행실이 방정해야지.” “그렇지, 그렇지.” “……” 사람들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여름의 귀에까지 들려왔지만, 여름은 아무것도 못 들은 척 할머니 식사를 도와드렸다. 그런데 채시아가 무대에 올라 반지를 전달하는 게 아닌가. 채시아가 마이크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 “제가 선우 오빠하고 안지 7~8년 됐는데요, 저한테는 그저 멋진 오빠예요. 여학생들에게 얼마나 인기가 많았다고요. 그런데도 누구한테 마음을 주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오빠의 마음을 얻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경이가 심장에 여름 햇살처럼 스며들었나 봐요.” 채시아는 ‘여름 햇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조롱하듯 여름을 쳐다보았다. “여름아, 너도 오빠네 커플 축복해 줄 거지?” 채시아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여름의 심장을 찔러왔다. 채시아는 여름이 아니었으면 한선우를 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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