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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화

“정말 조사를 했어?” 여름이 애매하게 웃었다. “정말 내 말을 안 믿었구나?” “……” 하준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제가 제 발등 찍는다’는 게 무슨 말인지 너무 절절히 와 닿았다. “로맨스 소설에서 보면 여주가 말만 하면 남주가 무슨 거짓말을 해도 다 믿어주던데 역시나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구나.” 여름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하긴, 백지안이 하는 말은 뭐든 믿어 믿어주고 내가 하는 말은 뭐든 안 믿었었지. 내가 백지안이었으면 상황은 완전히 달랐을 텐데….” “미안해.” 하준은 마음이 아팠다. ‘그래. 전에는 여름이랑 지안이 사이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난 무조건 지안이 말을 믿어 주었지.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니 전에도 내가 여름이를 오해한 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지안이가 거짓말을 한 경우도 있었을 거야. 어쨌거나 민 실장이 그런 짓을 했으리라고는 나도 생각지 못했으니까. 게다가 내가 문 앞에 있었는데도 말이지.’ “그날이 복수는 내가 직접 할래.” 여름이 갑자기 차갑게 말을 던졌다. “그래.” 하준이 1층에서 10여 분을 기다린 다음에야 여름이 내려와 보조석에 앉았다. “이거 오다가 자기 주려고 하나 골라 봤어.” 하준이 보석함을 하나 내밀었다. 열어보니 다이아몬드가 달린 태슬 귀걸이였다. “지난번에 자기가 귀걸이 한 거 보니까 예쁘더라고.” 하준이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 “사과의 선물인가?” 여름이 대놓고 물었다. “…어, 그렇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하준이 답했다. “난 다이아몬드 귀걸이 별로더라.” 여름이 보석함을 툭 던졌다. “난 골드가 좋더라. 다이아는 그냥 탄소 덩어리잖아?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무슨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이 어쩌고 하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지. 흥, 사랑이 어디 그딴 걸로 증명이 되는 건가? 역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골드가 최고야. 세계 어딜 가도 돈으로 바꿀 수 있고, 가치도 계속 오르잖아. 역시 사랑보다는 돈이지.” “……” 아무래도 오늘 여름은 영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었다. ‘이게 다 민 실장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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