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여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은 아무 말이 없었다. 갑자기 하준의 한쪽 팔이 자기 의자 등받이 위에 올려진 것을 느꼈다.
여름은 하준을 흘겨보았다. 하준은 사뭇 뻔뻔했다.
“팔이 아파서 좀 펴고 있게.”
“……”
신경 쓰기도 싫어서 여름은 스크린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역시나 아기들 보는 만화를 보고 있자니 재미가 없었다. 여울만이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집중하고 있었다.
여름은 휴대 전화를 열어 게임을 했다.
하준은 여름이 게임에 집중하는 것을 보더니 큰 손을 여름의 어깨에 슬쩍 얹었다. 얇은 실크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손에 잡히는 여름의 어깨는 부드럽고 가녀린 느낌이었다.
“최하준….”
여름이 고개를 들어 하준을 노려보았다.
하준은 얼른 손을 빼서 둘 사이에 놓여 있던 밀크티를 들더니 마셨다.
“그거 내 건데.”
여름이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좀 마시면 어때?”
하준이 여름의 귀에 바짝 대고 속삭였다. 하준의 저음이 귓가에서 울리자 간질간질했다.
“당신 립스틱도 많이 먹었는데.”
여름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하준을 발로 차버렸다.
‘이 변태가 진짜! 못 하는 말이 없어!’
상영관 안이 캄캄했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온통 새빨개진 여름의 얼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준이 건드린 것은 먹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좀 지나니 목이 말라서 결국 어쩔 수 없이 하준과 같이 밀크티를 나누어 마시고 말았다.
그러다가 하준이 화장실을 가겠다고 일어섰다. 여름은 여울에게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은지 물었다. 여울은 고개를 흔들며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여름이 여울을 받아 안는 순간 뜨끈한 오줌이 흘러나와 옷을 다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
여름은 완전히 당황했다.
“미안…”
잘못을 저지른 여울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곧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쉬가 마려운데 왜 물어볼 때 안 간다고 했어?”
“만화를 못 보잖아. 참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여울이 울먹거렸다.
“……”
여름은 한숨을 쉬었다.
“됐어. 이제 그만 봐. 옷 사서 갈아입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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