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8화
운전석의 하준은 복잡한 심경으로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최양하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렇게 후다닥 내려온다고?
내가 조만간 저놈의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놓고야 말겠어. 시동생하고는 그래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지 말이야.’
곧 여름이 두 사람의 시야에 들어왔다.
여울은 창문을 내리고 신나게 손을 흔들었다.
여름은 바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하준은 곧 차에서 내려서 뒷문을 열어주었다.
“여울이 데리고 영화 보러 가게.”
“아니….”
여름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하준이 휴대 전화를 열어 예약 화면을 보여주었다.
“표도 다 사놨어. 환불 안 돼.”
여름은 ‘헐…’하는 얼굴로 하준을 쳐다보았다.
“지금 나랑 곰돌이 만화 보러 가자고?”
“이모, 내가 곰돌이 만화 보고 싶다고 했어요.”
여울이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 눈을 해 보였다.
“여울이 영화관 한 번도 못 가봤거든요.”
여름은 울고 싶었다. 두어 시간을 영화관에 앉아서 아가들 보는 만화를 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괴로웠다.
“요요, 사기꾼 같으니라고!”
여름이 여울의 귀를 잡아당겼다.
여울이 불쌍한 얼굴을 했다.
“미안해요. 아빠랑 왔다고 안 그랬으면 이모가 안 올까 봐 그랬어요.”
“거짓말인지는 아까부터 다 알고 있었거든.”
여름이 시큰둥하게 답했다.
하준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러면… 양하가 아니라서 내려온 거야?”
여름의 까만 눈동자가 하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화를 내는 듯한 눈이었지만 뭔가 연인들 사이에 투정이 섞인 느낌에 도리어 친밀하게 느껴졌다.
하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화가 나서 퉁퉁부은 볼을 보고 있자니 너무 사랑스러워서 뽀뽀를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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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하준은 할 수 없이 둘을 데리고 패밀리레스토랑을 들어갔다.
셋은 갈비피자를 먹었다.
하준은 별 감흥이 없어서 조금 먹다가 말았다.
‘여름이가 해준 것처럼 맛있지 않아.’
여울이 눈을 깜빡였다.
“큰아빠 그것만 먹으면 금방 또 배고파질걸요?”
괜찮아. 집에 어제 먹다 남은 음식이 잔뜩 있거든. 이따 집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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