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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화

임윤서가 의미심장하게 하준을 훑어보았다. “여름아, 난 네 전철을 밟고 싶지는 않다. 나중에 송영식이 막 나한테 집에서 나가라고 했는데도 내가 안 나가고 버티고 있다가 정신병원에 갇힐지도 모르잖아. 그거 얼마나 억울하냐?” “……” 하준은 정말 이 길로 임윤서를 영식이 품에 던져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이제 겨우 조금 진도를 나가나 했더니 이렇게 찬물을 끼얹을 일이냐고?’ “그러게나 말이다. 그러니까 남자는 신중하게 골라야 해.” 여름도 의미심장한 말투로 받았다. “특히 백여시만 보면 정신 못 차리는 인간은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 되지.” 송영식의 본가에서 무사히 빠져나오자마자 하준은 둘에게 아주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닦이는 중이었다. 하준은 매우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라면 그 온갖 승냥이들을 물리치고 이날까지 FTT를 이 험한 재계에서 지켜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여자들 앞에서는 완전히 멍청이 취급을 받잖아….’ 하준의 얼굴이 축 처졌다. “회장님…” 이때 상혁이 차를 몰고 세 사람 앞에 나타났다. “왜 절 여기로 부르셨…?” “임윤서 씨 집으로 모셔.” 그러더니 하준은 두말도 않고 여름의 손을 꽉 잡고 자기 차로 갔다. 애정전선에 방해가 되는 임윤서를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놔. 난 윤서랑 같이 산다고. 같이 타고 가면 돼.” 여름은 아무리 애를 써도 손을 빼낼 수 없었다. 결국 하준의 손에 밀려서 조수석에 앉고 말았다. “당신이 뭐 라든 오늘 내가 구해줬으니까 밥은 한 끼 해줘. 배고프단 말이야.” 사뭇 당당한 태도로 하준이 말을 받았다. 하준의 그 강경한 얼굴을 보니 오늘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안전벨트를 매어주는 대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뭐 먹고 싶은데?” “내가 먹고 싶은 건 아무거나 다 해줘?” 여름의 말을 듣고는 하준이 눈빛을 빛내더니 답을 듣기도 전에 액셀레이터를 밟았다. 가는 길에 전화를 한 통 했다. “돼지갈비랑 고기 각 15kg, 스타벨리로 가져와.” ‘맙소사…’ 여름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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