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6화
하준은 마음이 싸해졌다.
다른 사람이 그런 소리를 했다면 안 믿었겠지만 여울은 이제 겨우 4살 된 아이였다. 단순해서 누굴 속이거나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그러니 그런 여울은 있는 대로만 말할 터였다.
‘지안이가 그렇게 사나운 소리를 하는 걸 들어본 적은 없는데.
아까 밥 먹을 때 몇 마디 했다고 애를 나무란 건가?
이런 지안이는 처음인데….
지안이는 따뜻하고 배려심 깊고 발랄한 사람인데.
우리 아이가 생기면 지안이는 인내심으로 충만한 엄마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오늘 여울이를 데리고 와서 보니 어린애를 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좋지가 않네.
이제 막 엄마를 잃은 애한테 말을 너무 잔인하게 했어.
지안이가 변한 걸까, 아니면 내내 그런 성격이었는데 내가 알아보지 못했던 걸까?’
“여울이 방금 목욕탕에서 어쩌다가 넘어졌는지 큰아빠한테 얘기해 줄 수 있어?”
하준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여울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뭔가를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큰아빠는 솔직한 아이를 좋아하는데.”
하준이 진지하게 말했다.
“욕조에서 나오는데 너무 추웠거든요. 그래서 내가 이모를 꽉 안았거든요. 그래서 이모 옷이 젖었어. 그랬더니 이모가 나를 탁 쳐서 자빠졌어요.”
마지막에 가서 여울은 울었다.
“이모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러면 이모가 날 더 미워할 거야. 여울이는… 여름이 이모가 보고 싶다. 여름이 이모는 날 좋아하는데. 큰아빠 집은 싫어.”
“그래, 그래. 같이 여름이 이모네 가자. 울지 마.”
하준은 여울을 안고 나왔다.
“여울이 이제 안 아프니? 병원에 가 볼까?”
소리를 듣고 백지안이 후다닥 달려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준은 지안을 돌아보았다. 너무 낯설었다. 마음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지안이는 정말 여울이를 걱정하는 걸까?
여울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무서운 말은 왜 했을까?
왜 겨우 옷이 젖은 정도로 아이를 차가운 타일 바닥에 밀쳐버렸을까?’
하준은 갑자기 지안이 모르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저 얼굴 뒤에는 내가 모르는 지안이가 숨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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