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화
하준은 곧 복잡한 심경이 되었따.
백윤택은 배상을 안 했다 하더라도 백지안은 배상을 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내 앞에서는 그렇게 죄책감에 괴로운 척 하더니….’
여름은 하준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고 식재료를 들고 주방으로 갔다.
여울이 소파에 앉아서 교육방송을 보는 동안 주방에서는 구수한 냄새가 풍겨왔다.
점심도 못 먹은 하준의 배에서는 내내 꼬르륵 소리가 났다.
여름은 곧 음식을 하나씩 내놓기 시작했다.
갈비와 보쌈이 어쩐지 매우 익숙했다.
여름은 여울에게 밥을 담아주었다. 하준은 여름이 밥을 퍼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알아서 밥을 뜨러 갔다. 그런데 밥솥을 열어보니 밥이 한 톨도 남아있지 않았다.
“강여름, 내 밥은 안 했어?”
하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신도 먹겠다고 하지 않았잖아? 그리고 내가 여울이 밥 해준다고 했지 당신 밥 해준다고 안 했는데? 왜? 오후 3시인데 회장님이 밥도 못 먹은 거야?”
여름은 팔짱을 꼈다.
하준이 으르렁거렸따.
“애 데리고 당신한테 가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밥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
여름은 여울이에게 보쌈을 싸주더니 곧 조기도 가시를 하나하나 발라 가며 먹였다.
여울은 다람쥐처럼 떠끔떠끔 잘 받아 먹었다.
잠시 후 입에 문 음식을 삼키지도 못하고 입을 열었다.
“이모가 해주는 고기 진짜 맛있다!”
“……”
‘맛있지… 나도 먹고 싶다고.’
여울은 하준의 마음을 읽었는지 보쌈을 하나 싸서 내밀었다.
“난 이거 제일 좋아하는데 먹어 봐요.”
하준은 얼른 받아 먹었다. 뱃속에서 식충이가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너무 맛있잖아.
이건 세 그릇 각이라고.’
하지만 여울은 고기를 한 점 주더니 그 다음부터 하준은 안중에 없었다.
하준은 결국 젓가락을 들고 식탁에 앉았다.
‘밥이 없으면 고기만 먹으면 되지.’
여름이 원래 많이 하지도 않은 데다 식성이 같은 부녀가 다투며 먹다 보니 음식은 곧 바닥이 났다.
여울은 갈비 그릇을 앞으로 당기더니 한껏 불쌍한 얼굴을 했다.
“큰아빠 그만 먹어요. 이건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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