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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화

여름은 정원에 앉아 쉬고 있었다. 이진숙이 담요를 가지고 나와 어깨에 덮어주었다. 여름이 앉아 있는 자리는 서명산의 경치가 잘 보이는 자리였다. 밤에 부는 바람 속에서 은은하게 초여름의 냄새가 났다. “임신 축하합니다.” 최양하가 천천히 걸어왔다. 여름은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 “아이고, 아직도 화내시는 겁니까? 이제 FTT의 사모님이 되셨는데.” 최양하가 여름 곁에 와서 앉았다. “그래도 저한테 고맙지 않습니까? 제가 아니었으면 아직 빛도 못 보는 신세일 수도 있었다고요.” 여름은 아무 말 없이 최양하를 불만스럽게 쳐다보았다. ‘세상에 이렇게 뻔뻔한 인간이 다 있나, 그래?’ 그러나 예전에 최양하가 저질렀던 짓 따위는 이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세상에는 여름이 신경 써야 할 인간이 정말이지 너무 많았다. 그래도 여름의 얼굴에 흉터를 보니 최양하도 일말의 가책을 느끼기는 했다. “아, 뭐…. 그래도 제가 뭐 하나 말씀은 드리려고요. 조심하세요.” “뭘요?” “최하준말입니다. 와이프가 임신했을 때 밖에서 딴짓하는 남편이 많다잖습니까? 그러니까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세요. 아하핫!” 최양하가 농담하듯 웃었다. “……” “저기…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여긴 바람길이라 바람이 세니 너무 오래 앉아 계시지 마세요.” 여름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겨우 그따위 소리를 하려고 여기까지 나왔어?’ 생각해 보니 오늘 조심하라고 경고한 사람이 두 번째였다. ‘소영이도 조심하라고 그러고, 대체 누굴 조심하라는 거야?’ 여름은 알 수가 없었다. “쟤가 당신한테는 무슨 일이지?” 최하준은 카디건을 하나 들고나오다가 멀어져 가는 최양하의 뒷모습을 보고 미간에 깊게 주름을 만들며 물었다. “별말 안 했어요.” 여름은 얼굴을 피했다. “걔가 뭐라고 했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쟤는 당신이 내 약점인 걸 알고 있어서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그러는 거야.” 하준이 말을 마치더니 공주님 안기로 여름을 안아 올렸다. “한참 앉아 있었네 이제 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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