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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여름은 듣고 싶지 않았다. 스크린에 적힌 “FTT재단 자선의 밤”이라는 글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FTT재단에서 주관하는 자선의 밤? 그럼 최하준도 여기 있으려나?’ 한 바퀴 둘러보던 여름은 그야말로 기절할 뻔했다. 최하준 뿐 아니라 서유인, 장춘자, 최대범, 최란, 최민 등 FTT가 사람이 모두 참석해 있었다. 심지어 위자영과 서경주까지 와 있었다. 모두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여름의 눈에는 최하준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검은색 맞춤 정장을 입고 검고 깊은 두 눈으로 여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눈에 싸늘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아는 사람 없을 거라면서요?” 여름이 양하에게 화를 냈다. “그렇게 말 안 했으면 안 왔을 거 아녜요?” 최양하가 눈웃음을 치며 여름을 향해 눈을 껌뻑거렸다. “서유인 모녀도 왔잖아요? 일부러 그 사람들 한 방 먹여주려고 한 건데.” “최양하 씨….” 울고 싶었다. ‘당신은 좋은 뜻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 쪽은 일만 커졌다고.’ “여름 씨랑 내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걸 저 사람들한테 보여주면 이제 누가 당신한테 함부로 하겠어요?” 최양하는 여름의 손을 더욱 세게 잡고 성큼성큼 사람들을 향해 걸어갔다. “여길 어떻게 왔어?” 서유인은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 “나랑 하준 씨가 사귀는 게 샘 나서 그래? 하준 씨 동생이라도 꼬셔서 보복하게?” “그냥 친구야.” 여름이 심호흡했다. 하준이 들으라고 해명하는 셈이기도 했다.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고 있는 하준의 얼굴은 변함없이 어두웠다. 최대범이 오히려 핀잔했다. “양하야, 저 아가씨랑은 언제부터 가까워졌니? 이제 너도 나이가 있는데 아무나 데리고 오고 그러면 안 되지!” 서경주가 바로 여름을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겼다. “여름이는 제 딸입니다. 아무나가 아닙니다.” 위자영이 비웃었다. “무슨 뜻인지 몰라요? 쟤가 그래 봐야 혼외자식이죠. 오늘 모인 분들 다 명문가에 각계 저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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