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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화

여름은 단단히 화가 났다. ‘웃겨! 어떻게 날 불러낼 생각을 할 수가 있지?’ 곧바로 문자 메시지 삭제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잠시 후 바니 코스튬을 입고 춤추는 영상이 전송되어 왔다. 여름은 이를 으드득 갈았다. 살며시 양유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할머니께 잠시 볼일이 있어요. 배웅 안 해주셔도 돼요.” “그렇군요. 집에 가서 전화해요.” 양유진은 어쩔 수 없이 당부의 말을 전하고 여름이 멀어져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밝았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 십여 분 후, 여름은 길 옆에 세워진 하준의 검정색 스포츠카를 발견하고 얼른 차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도둑질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누가 보진 않았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 양유진에게 들킬까 봐 그럽니까?” 핸들을 잡고 있는 하준의 손에는 담배가 들려있었다. 연기가 피어올랐다. 한껏 비아냥거리는 눈을 하고 있었다. 여름의 얼굴에는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거 봐요, 최하준 회장님. 방금까지 여자 친구하고 장모님 되실 분하고 하하호호 하면서 서유인의 남친이라고 광고하셨잖아요? 이 상황에서 내가 당신 차에 타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하면 당신을 유혹하는 줄 알 거 아녜요!” “질투합니까?” 하준이 날카롭게 여름을 응시했다. 여름이 보란 듯이 깔깔 웃더니 흥분해서 소리 질렀다.. “그쪽에 질투할 만큼 흥미 없어요. 용건 없으면 그만 가볼게요.” 여름은 여길 왜 왔나 싶어 순간 짜증이 확 났다. 하준은 요즘 계속 뭔지 모를 감정에 억눌려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응어리 졌던 무엇인가가 폭발해버렸다. 여름을 코 앞까지 바짝 잡아 당겼다. “양유진이 왔으니 이제 나는 보고 싶지 않다 이겁니까? 계속 까칠하게 굴면 당신과 양유진 둘 다 이 바닥에서 발도 못 붙이게 해주겠습니다.” “그만 해요.” 여름은 있는 힘껏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 눈에서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그런 자리에서 그렇게 모욕을 준 걸로 모자라요? 내가 죽어야 직성이 풀리겠어요? “하고 싶으면 그러시던지.” 하준은 여름의 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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