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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화

문밖, 최하준의 주먹에 힘줄이 터질 듯했다. 문득 여름을 걱정하며 미친 듯이 달려온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동성에서처럼 속고 또 속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앞에서 진실한 척, 수줍은 척해놓고는 뒤돌아 바로 양유진과 밀어를 나누고 있다니. ‘대체 날 뭘로 생각했던 걸까?’ 서늘한 한기가 하준의 눈에서부터 뿜어나왔다. 더 들을 수가 없던 하준은 돌아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 막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던 서경주가 하준을 보고는 매우 놀랐다. “최 회장, 여긴 무슨 일로….” “친구가 입원해서 잠깐 보러 왔습니다.” 하준은 싸늘한 얼굴로 대충 둘러대고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서경주는 하준의 냉랭한 태도에 더는 말을 붙이지 못했다. 병실로 돌아와 보니 양유진이 여름에게 물을 먹여주고 있었다. 서경주는 그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양 대표가 너에게 아주 잘하는구나. 아침에 너와 통화가 안 되니 나에게 전화가 왔더라. 사고 얘기를 듣고는 바로 비행기로 왔어, 네가 깨어나기도 전에.” 여름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서경주가 의자를 끌어와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양 대표 같은 사윗감하고 비교하면 최 회장은… 방금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만났는데 친구 문병 왔다더구나. 그래도 어쨌든 내가 유인이 애비인데 내가 왜 여기 있는지조차 관심이 없어, 정 없는 녀석 같으니.” “최 회장요” 양유진이 놀라며 물었다. “FTT 최 회장 말입니까?” “응, 그 사람이 유인이랑 교제 중이네.” 서경주가 말했다. “그렇긴 한데 어쩐지 유인이랑 결혼할 것 같지 않단 말이지. 유인이는 지금 눈에 콩깍지가 씌였는데, 내가 보기엔 그 사람 유인이에게 아무 감정이 없는 것 같아. 진짜 좋아하면 그럴 수가 없지.” 여름은 잠자코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윙윙거리고 있었다. ‘그 사람이 왜 병원에 있을까? 혹시 날 보러 온 건가? 설마 문밖에서 나랑 양유진을 보고 안 들어온 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저 추측일 뿐 최하준의 마음속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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