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화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핸드폰을 들고 상혁에게 톡을 보냈다.
- 강변 개발건은 웅산에 힘써줄 필요 없어. 화신에 넘겨.
자고 있던 상혁은 어리둥절했다.
‘우리 회장님 또 마음 바뀌셨네. 피곤하다….’
******
옷을 빨고 나오다가 여름은 소파에서 금테 안경을 쓰고 테이블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들여다 보는 하준을 보았다. 원래도 이렇게 일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잠옷을 입고 반쯤 말린 머리를 하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더 빠져들 것 같았다.
‘1시가 다 되었는데도 저렇게 일을 하다니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닌가. 괜히 FTT를 장악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하준이 일을 하고 있으니 여름도 게으름을 부리고 있을 수 없었다.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았다.
허리가 아파질 때쯤 차가운 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서 침대 좀 데워 놓으십시오.”
‘뭐라고?’
여름이 멍하니 하준을 쳐다봤다.
“아직 날이 추워서 이불에 들어가면 차갑더군요. 얼른 가요.”
하준이 대놓고 명령을 했다.
“난 그런 일은 안 해요.”
여름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더럽다고 싫어하지 않았어요?”
하준이 아무 표정 없이 일어나더니 서랍에서 작은 병을 꺼내 여름에게 칙칙 뿌렸다.
“……”
섬유 살균 탈취제 냄새였다. 여름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소독했으니 가보십시오. 거부는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더니 하준은 다시 일을 하러 가버렸다.
여름은 결국 의미 없는 반항 따위는 포기하고 그냥 침실로 갔다.
하준의 매트리스와 이불은 너무나 포근하고 여름은 피곤했다. 눕자마자 1분도 안 돼서 잠이 들어버렸다.
하준이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으면서 보니 새벽 3시였다.
안경을 벗고 2층으로 올라가니 침대에는 자그마한 여자가 한창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다.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침대로 들어가니 이불 속은 보드랍고 따뜻했다. 익숙한 남자의 냄새에 여름은 익숙한 듯 돌아 누으며 하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여름을 보는 하준의 시선이 복잡하면서도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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