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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화

맞은 편에 앉아있던 서경재가 웃었다. “유인이는 최 회장이랑 언제 약혼하니?” 서유인이 다들 부러워 하느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을 느끼고 부끄러워 하며 대꾸했다. “할머니께서 올해나 내년에 하라고 하세요. 약혼 말고 그냥 바로 결혼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마음이 급하신가 봐.” 고모가 웃었다. “곧 우리 유인이가 FTT사모님 되겠네?” 할아버지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최 회장 잘 잡아야지. 이제 우린 너만 믿는다.” 유인이 기뻐했다.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할아버지.” 다들 서유인을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도 여름은 그다지 불편한 기분도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맞은 편에 앉은 서경재를 흘끗 보았을 뿐이다. 아버지의 둘째 형이라는 서경재는 휠체어에 앉아서 음침한 느낌을 주었다. “아 참, 여보. 지난 번에 우리 동생에게 강변 개발건 주기로 했잖아요. 왜 갑자기 당신네 회사 사람들한테 들으니 화신에 주기로 했다는 것 같던데?” 위자영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여름의 젓가락이 움찔했다. 서경주가 이마를 찌푸렸다. “화신은 여름이 회사잖아. 처남은 서울에서 개발 경력도 꽤 되고 돈도 꽤 벌었잖나? 이번에는 여름이에게 양보 좀 해. 얘도 슬슬 서울에서 자리 좀 잡아야지.” “무슨 소리에요? 지난 번 개발건 손해 막심해서 강변 쪽 개발 프로젝트만 보고 있던데.” 위자영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미 기획서도 다 준비했던데. 여보, 일단 지웅이네를 좀 도와줘요. 우리가 여름이한테 다른 데 개발 프로젝트 하나 찾아주는 것쯤은 일도 아니잖아요.” 고모도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지웅이네 웅산을 도와 줘. 여름이는 아직 젊은데 아랫사람들 다루기가 쉽지도 않고 결국 이도저도 안 돼서 실패나 하지.” 서경재도 거들었다. “경주가 영 안 내켜 하거든 내일 유인이가 최 회장 한 번 찾아가 봐라. 최 회장한테는 간단한 일일 걸.” 할아버지가 바로 말을 끊었다. “됐다. 그 프로젝트는 웅산에 넘겨.” 여름은 고개를 떨구었다. 눈에 자조적인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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