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최하준은 그 말을 듣고 속이 시원해진 것이 아니라 되려 실망했다.
“일이 생겼을 때 날 찾아오는 게 아니라 당신에게 호감을 가진 남자를 찾아가는군요. 내가 한동안 너무 잘해주니까 이제 만만한가?”
“아니, 나랑 양 대표는 진작에 다 설명했잖아요, 양 대표님이...”
“그래서 지금은 양유진이 강여름 씨를 그저 친구로 여긴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최하준이 비웃었다.
“나도 날 따라다니던 여자랑 친구 하면 되겠네요?”
“......”
여름이 흠칫했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보니 확실히 좀 부적절한 데가 있었다.
“미안해요.”
여름은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제일 먼저 쭌을 찾아갈게요. 양 대표 도움은 안 받을게요. 내 마음속에는 쭌 뿐이에요”
최하준이 담배에 불을 붙여 깊이 빨아 당기더니 후 뱉었다. 아무 말이 없었다.
여름은 최하준의 옆 모습을 한참 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했다.
윤서의 발라드가 끝나가고 있었다.
여름은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얼른 노래를 한 곡 고르더니 우선 예약을 걸었다.
곧 누구에게나 익숙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다들 곧 무슨 노래인지 알아차리고 기대에 차서 여름을 돌아보았다.
여름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이런 짓을 하기는 또 처음이었다. 그래도 최하준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조그맣게 말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노래를 바칠게요.”
말을 마치고 얼른 하준을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최하준은 눈썹을 움찔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조명이 여름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갈 때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것이 보였다. 눈은 별이 가득 찬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심장이 욱신거렸다.
지훈은 휘파람을 불며 박수까지 쳐댔다.
“와우, 제수씨! 대단하네. 하준아, 들었냐? 너에 대한 사랑 고백이란다!”
최하준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다. 다리를 꼬고는 여름을 바라보았다.
여름이 마이크를 잡았다.
<얼마나 사랑하냐고?
내 마음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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