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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화

다음 날. 아침밥을 먹고 최하준이 출근 준비를 하는데 여름이 팔을 붙들었다. “나 오늘 운전하기 싫어요, 쭌 차 타고 갈래요.” 최하준이 얼굴을 찡그렸다. 두 사람 직장은 완전히 반대쪽이었고 오늘은 회의도 있었다. ‘정말 귀찮군. 좀 편해졌다 이건가?’ “당신 차 있지 않습니까?”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요.” 여름이 최하준을 향해 장난스럽게 눈을 깜빡거렸다. “…….” 최하준은 ‘아~ 귀찮아’ 눈빛을 시전하더니 말했다. “갑시다.” 여름은 신이 났다. 사실 그냥 자신을 지하철역 앞에 떨구고 가지 않는 기분을 누리고 싶었을 뿐이다. 엄청난 노력 끝에 마침내 이 사람을 ‘내 남자’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최하준은 손을 다쳐서 요즘 김상혁이 계속 운전을 해주고 있었다. 아침 출근 시간엔 차가 너무 많이 막혔다. 김상혁은 그저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했다. 그러나 최하준은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 최하준은 미간을 문지르며 이렇게 먼 길을 돌아가며 그녀를 데려다주기로 한 걸 후회하는 중이었다. 그냥 택시나 불러줄걸. “급할 거 뭐 있어요?” 여름은 왼손을 최하준이 손등에 올려놓았다. “차가 막히는 바람에 더 오래 같이 있겠네.” 장난스럽게 최하준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온통 최하준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초조하던 최하준의 마음이 순식간에 평온해졌다. 눈썹이 펴지더니 ‘으흠’ 하며 얼굴을 돌렸지만, 입꼬리는 자신도 모르게 올라가 있었다. “정말 답 없는 사람이라니까.” ‘저저 츤데레 말투.’ 운전대를 잡은 김상혁이 손이 부들거렸다. 엄근진 최하준이 연애를 시작하니 정말이지 딴 사람 같았다. ‘그러고 보니, 두 분 갑자기 사이가 너무 좋아졌잖아!’ 자신이 훼방꾼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8시 40분, 차가 회사 입구에 섰다. 여름이 차 문을 열고 내리려 하는데 최하준이 말했다. “어제 옷 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왜 새 옷을 안 입었습니까?” “…….” ‘새 옷은 쇼핑몰에 있겠죠.’ 여름은 그래도 둘러댈 말을 찾았다. “마음에 드는 게 없었어요. 마음에 드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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