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3화
여름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피식 웃었다.
“좋으실 대로요. 어쨌든 댁의 식구들이 나타나고 나서 제 삶은 아주 너덜너덜해졌거든요. 어쨌든 인제는 민우가 동성에 안 갔었으면 하네요.”
“무슨 뜻이지?”
“민우가 동성에 가서 실종이 된 거라면 분명 뭔가를 찾아냈기 때문일 겁니다. 찾아낸 진상을 가지고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겠죠.”
차진욱의 입이 일자로 다물어졌다.
“이 일에 강여경이 연관되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애초에 아내분과 강여경의 친자확인을 할 때 사용한 것이 머리카락 아니었나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차진욱이 싸늘하게 물었다.
“그 머리카락은 아마도 양유진이 강여경에게 건넸을 겁니다. 제 머리카락이죠.”
차진욱이 피식 웃었다.
“자네가 신희의 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네. 아마도 믿지 않으시겠죠. 황당하게 들릴 겁니다. 현명하신 분이니 말씀입니다만 강여경은 회장님의 친딸도 아니니 약간은 방관자적 입장이라 좋다 싫다의 입장은 없으실 수도 있지만 한동안 함께 지내셨으니 강여경이 어떤 사람인지는 대충 파악하지 않으셨나요?”
여름의 날카로운 질문이 차진욱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사실 차진욱은 강여경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물론 딱히 어디를 꼬집어 안 좋다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 자기 앞에서는 얌전하고 말도 잘 들었다. 그러나 동성에서 올라온 이후로 자신과 강신희의 관계는 악화 일로에 있었고 강신희는 강여경을 점점 더 멋대로 하게 두었다.
심지어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강여경이 FTT 주식을 매입하도록 할 때도 상의 한 마디 없었다.
강신희와 점점 더 멀어지고 갈등은 늘어난다는 것이 느껴졌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20년이 넘도록 내내 서로를 아껴주었다. 그러나 최근에 보여준 모습은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차진욱이 갑자기 입을 다물자 차진욱의 집에 갈등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제가 진짜 강신희 님의 친딸입니다. 그러나 친자 감별을 거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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