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화
하준이 다가와 큰 손을 여름의 어깨에 얹었다.
“다 들었어.”
“쭌….”
여름이 작은 얼굴을 하준의 품에 묻더니 막연한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
“차민우가 그러는데 강여경이랑 엄마의 친자 확인 검사를 했는데 걔가 친딸로 나왔대. 그러면 나는, 나는 누구의 딸이야? 난 정말 강신희의 딸이 아닐까?”
그렇게나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갑자기 다 혼란스러워졌다.
“바보, 당신이랑 어머니가 그렇게 닮았는데 당신이 딸이 아니면 누구겠어?”
하준이 품 안에서 불안에 떠는 여름을 내려다 보며 저음으로 온화하게 달랬다.
“당신이랑 아버님 친자 확인했던 거 잊었어?”
여름이 흠칫했다. 뭔가 떠오른 듯했다.
“그런데….”
“강여경의 뭘 가지고 가서 검사했는지 물어보지 그랬어? 내가 봤을 때 머리카락이었을 거야.”
하준이 눈을 반짝였다.
“머리카락이 무슨 문제라도 있어?”
여름의 얼굴에 의아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머리카락이었다면 조작하기 쉽거든.”
하준이 심란한 듯 말을 이었다.
“오늘 차진욱의 아내가 당신 어머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 내내 그 문제를 생각해 봤거든.”
“뭔데? 빨리 말해 봐.”
여름이 재촉했다.
“양유진이 왜 그렇게 죽자살자 당신을 따라다녔을 까 하는 문제 말이야.”
하준이 여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정말로 당신을 좋아해서 따라다녔는지도 몰라. 하지만 나중에 당신이 나랑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겼는데도 끈덕지게 달라 붙었지. 마지막에는 하여간 당신이랑 결혼을 하긴 했지만 첫날 밤에 당신이 나와 보냈는데도 그 결혼을 유지했어. 그러면서 마치 성인군자인 듯 굴었지.”
여름이 눈을 깜빡였다.
“나를 가지지 못한 것 때문에 내가 자기를 사랑하게 만든 뒤에 복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말이야?”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다른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준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눈빛이 더욱 예리해졌다.
“놈은 애진작부터 당신 어머니가 차진욱의 아내이고,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도 몰라. 그러면 당신이랑 결혼해서 어머니가 당신을 딸로 인정하면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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