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저, 저는…”
“누가 이렇게 일을 하다가 말라고 했나?”
최하준은 이 일에 대한 책임을 김상혁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여름에게 한 행동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비이성적인 일을 저지른 자신을 믿기 힘들었다.
분명히 강여름은 심한 모욕을 느꼈을 것이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 가장 괴로운 순간에 하필이면 내가. 이모님도 여름이 좀 이상해 보인다고 하질 않았던가.
‘잠깐. 요즘 너무 힘든 일이 많았는데, 설마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최하준이 다급하게 위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벌컥 열었다. 성큼성큼 침대 옆으로 다가가서 이불 속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여름을 보았다. 두 눈은 감겨 있고 얼굴은 하얀 도자기처럼 창백하고 마치 숨도 쉬지 않는 것 같았다.
최하준은 혹시 죽은 건 아닌지 덜컥 겁이나 손을 뻗어 여름의 코끝에 손가락을 살짝 가져가 보았다.
여름이 힘없이 눈을 떴다. 최하준을 보고는 가까스로 일어나 앉았다.
너무 힘들고 이제는 진절머리가 났다.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걸로 부족한가요? 뭐가 더 있어요? 그냥 말해요.”
여름의 말하는 모습을 보자, 긴장했던 심장이 다시 안정을 찾았고 숨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자신의 오해로 이 지경이 된 여름을 보니 사과는 해야겠는데 그렇다고 고개를 숙이기는 싫어서 난처했다.
“어젯밤에 할머님께서 돌아가셨습니까?”
여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최하준이 주저하며 말했다.
“어제 나한테 얘기하지 그랬습니까?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길래 무슨 일이 있지 싶어서….”
“내가 사고날까 봐 걱정한 게 아니라 딴 남자와 무슨 짓이라도 하는 줄 알고 그런 거잖아요.”
여름이 차갑게 대꾸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어요. 슬퍼서 죽을 것 같은데 전화를 받을 정신이 있는 줄 알아요?!”
최하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다는 건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감정이었다.
“게다가 나한테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았잖아요! 날 한번이라도 온전히 믿어준 적 있어요? 알지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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