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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

“듣기 싫습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지 않습니까!” 눈에서 붉은 핏발이 서 있었다. “당신을 믿을 거라 착각하지 마세요! 나를 사랑하니 어쩌니 하더니 막상 재판에서 이기고 나니까 내가 더 이상 쓸모가 없나 봅니다? 더 이상 한선우에게 남은 미련이 없다더니 이제는 대놓고 같이 호텔을 들락거리는군요.” 말도 안 되는 추측에 여름은 기가 찼다. 예전 같으면 따박따박 따져 물었겠지만 오늘은 정말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말싸움조차 힘이 들었다. “내가 한선우와 호텔로 들어가는 걸 직접 봤나요? “호텔에 가지 않았으면 왜 어젯밤 집에 오지 않았습니까? 왜 한선우 옷을 여름 씨가 입고 있을까요? 거울을 한 번 보세요. 호텔방에서 뒹굴었던 모습 그대로 아닙니까.” 최하준이 노려보았다. 여름도 똑같이 노려보았다. 여름은 화가 나다 못해 울 지경이었다. 어젯밤 할머니 영정 앞에서 꼬박 밤을 새웠다. 집에 안 들어왔다고 나를 더러운 여자 취급하다니. 여름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그대로 옷을 훌훌 벗기 시작했다. “최하준 씨! 직접 와서 보세요! 직접 당신 눈으로 똑똑히 보시라구요! 내 몸에 그런 흔적이 있는지 없는지! 난 아직 첫 경험도 없다고!” 여름의 감정이 더 격해졌다. 슬픔과 비통함에 어느새 눈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여름이 눈물을 흘리자 최하준은 당황스러웠다. 짜증스럽게 자신의 옷을 벗어 여름을 덮어주었다. “그럼, 한선우와의 일은 오해라고 해 두죠. 하지만 다른 사람과 밖에 있다 밤새 돌아오지 않았으니 계약상 위반은 위반입니다. 강여름 씨, 계약 위반의 대가를 내가 똑똑히 알게 해주겠습니다.” “뭐라고요?” 여름이 눈을 크게 떴다. 이 인간은 도대체! 화가 나 돌 지경이다. “지금부터 여기에만 있어요. 회사 출근도 금지입니다. 어떠한 불순한 행동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최하준이 냉랭한 한 마디를 남기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여름은 나갈 힘도 없었다. 너무 피곤했다. 세상에 유일한 내 편, 사랑하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최하준은 늘 의심하고 상처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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