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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오후. 여름이 막 엘리베이터를 나서는데 한선우가 나타나 여름을 막아섰다. “적당히 해! 전에 알아듣게 설명했잖아” 여름이 피해서 가려고 했다. “여름아, 할머니가 돌아가셨어!” 한선우가 갑자기 팔을 잡았다. “모르고 있었어?” 휘청하고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천천히 돌아보았다. “거짓말이지!?” “아니라니까. 위로해주려고 계속 전화했던 거야. 그런데 너희 집에서 너한테는 아예 말도 안 해줬나 보네. 나도 이제야 들었어.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여름은 한선우를 와락 밀치고 차에 올랐다. 그러나 손이 너무 떨려서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이래서 어떻게 운전을 해. 내가 데려다 줄게. 어딘지 알아.” 한선우가 차 키를 가져가면서 여름에게 보조석 문을 열어주었다. 여름이 차에 타자 안전벨트까지 해주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여름은 차에서 내리더니 비틀거리며 식장으로 들어갔다. 할머니의 영정을 보고 나니 실감이 났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약혼식에서 뵌 모습이 마지막이었다니! 불효한 손녀로서 너무나 죄송했다. “누가 오라고 했어!” 상복을 입은 강태환이 여름을 보자 버럭 화를 내더니 여름을 입구로 밀어냈다. “당장 여기서 나가!” “내가 왜 못 와요? 나도 할머니 친손녀인데요.” 여름이 미친 듯 맞섰다. 눈에 핏발이 벌겋게 섰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왜 나한테는 말도 안 해줘요? 왜 할머니 임종을 지킬 권리마저 빼앗아 가시는데요?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감히 어디서 그따위 소리를 해!” 강태환이 마구 소리를 지르자 한선우가 와서 막아서며 소리쳤다. “여름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습니까? 여름이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얼마나 아끼셨는데요. 가시는 길도 지키지 못하게 하면 할머니께서 눈도 못 감으실 겁니다.” ‘눈도 못 감는다’는 말에 강태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여름이 급히 물었다. “왜 할머니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나요? 지난번에 뵈었을 때 마비가 있어도 식사는 제대로 하셨는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리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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