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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0화

이주혁이 다리를 꼬았다.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도록 깊었다. “원연수, 아주 대단해. 다들 보고 있는 앞에서 구 감독에게 그런 도박을 걸다니 말이야. 멋진 연기를 보여주면서 시아는 물론이고 영화계의 황제라는 남주까지 압도해 버렸어. 네가 완벽한 연기자라는 것을 보여주어서 감독이 내칠 수 없게 만들었지. 그렇다고 계속 같이 촬영을 하려니 주연인 시아가 당신 연기에 가릴 것 같으니 감독으로서는 시아를 빼버리는 수밖에 없었지. 시아도 상영 후에 조연에게 연기에서 밀렸다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으니 빠지기 싫어도 빠지는 수밖에 없어단 말이야.” “어쩔 수 없죠. 저는 원래 얌전히 조연을 맡아서 연기할 생각이었다고요. 대표님 약혼녀가 첫날부터 그렇게 제작팀에 분장팀까지 매수해서 날 너무 괴롭혔잖아요.” 원연수는 느긋하게 짐을 싸기 시작했다. 방을 빼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대표님의 약혼녀로서 시아는 날 싫어한다고요. 지난번에 대표님 사무실에서 뛰쳐나오던 날부터 시아에게 찍혔거든요. 다들 평화롭게 촬영에 임하면 난 그냥 조연으로 맞춰서 연기할 생각이었지만 시아는 전혀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원연수가 고개를 들어 평온한 눈으로 이주혁을 바라보았다. “미안하지만, 난 억울해도 꾹 참고 물러나는 거 못해요. 뒤로 물러설수록 갑질 하는 사람은 더 신나 하거든요. 그리고 시아가 연기를 못하는 게 내 잘못인가요?” “지금 내 앞에서 내 약혼녀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폄하하는 건가?” 이주혁이 언짢은 듯 셔츠 단추를 하나 풀었다. “팩트잖아요. 대표님 앞에서 거짓말로 알랑거리는 말이 듣고 싶으면 다른 사람이나 알아보세요.” 원연수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시아가 아무것도 아닌 것 아닐지도 모르죠. 침대 위에서는 굉장할지도? 아니면 대표님이 그 하고많은 사람 다 두고 시아를 골랐을 리가 없으니까요.” “내가 아랫도리의 즐거움을 결혼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고 비웃는 건가?” 이주혁이 일어서서 다가와 원연수의 턱을 잡았다. 새삼 원연수의 턱 아래 피부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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