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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4화

“가자, 오늘은 내가 밤새 같이 마셔줄게.” 이주혁이 송영식의 어깨를 두드렸다. 의외로 송영식은 고개를 저었다. 이주혁은 굳이 잡지 않았다. 백지안에 대한 송영식의 마음이 매우 깊어서 단번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백지안이 다시 와서 들러붙으면 송영식은 결국 넘어가고 말 것이다. 송영식이 영혼 털린 얼굴로 어디론가 가버리자 이주혁은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준은 이야기를 듣더니 잠시 침묵했다. “결국 영식이는 집으로 들어갈 거고,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백지안은 돌아올 텐데.” 이주혁은 흠칫했다. “영식이가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겠지. 이런 일이 있었는데 백지안이 어떤 인간인지도 모른다면 진짜 그때는 나도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정말 제대로 정신차렸기만 바라야지.” 유경험자답게 하준이 진심을 토로했다. “아 참, 이번에 양유진 건은 정말 고맙다.” 하준이 웃었다. “내가 여기저기 병원에 말을 넣어 놓기는 했지만 아마 효과는 일시적일 거야. 양유진이 추신에 도와달라고 청하면 이번 위기는 넘을 수 있을 거야.” 이주혁은 양유진을 결코 얕보지 않았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어. 한 술 밥에 배 부르겠어?” ****** 한편 송영식은 혼자 나오기는 했지만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없었다. 혼자서 차를 몰고 한참 가다가 백지안이 출근하는 곳에 도착했다. 송영식은 그대로 차에서 밤을 샜다. 아침 10시가 되자 백지안이 고급 외제차에서 내렸다. 백지안이 내리면서 허리를 숙여 원승탁에게 키스를 하니 원 승탁이 껄껄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 장면을 노려보던 송영식은 눈에 온통 핏발이 섰다. 외제차가 사라지자 내려서 절망적인 눈으로 백지안을 바라보았다. “어젯밤에 내내 저 인간이랑 같이 있었던 거야?” “당연하지?” 백지안이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겼다. “어제 우리 둘이 같이 방으로 올라가는 거 못 봤어?” “지안아, 왜… 이렇게 됐니?” 밤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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