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5화
어느 날 갑자기 하준도 그렇게 사라져 버린다면…
여름은 저도 모르게 핸들을 꽉 움켜쥐었다.
******
하준은 여름의 차가 멀어져 가는 것을 보다가 차에 타려고 했다. 이때 여름에게서 톡이 왔다.
-유진 씨한테 가지 마. 약속해줘. 갔다가는 평생 나 못 보고 살 줄 알아.
하준의 입술이 잔잔한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
‘자기야, 내가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
말로는 사랑하지 않는다면서 실은 당신 마음속에 나는 특별한 존재잖아?’
고개를 숙이고 답장을 썼다.
-알겠어. 그러면 양유진을 잡으러 가지 않으면 평생 나 만나준다는 거지?
톡을 보냈지만 여름은 답이 없었다.
그러나 하준은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여름이 답장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양유진을 찾아가 결판을 내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진짜로 그냥 둔다면 그건 최하준이 아니다.
‘성인군자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겠지? 내가 곧 다 네 본모습을 까발려 주지.’
******
별장으로 돌아온 여름은 결국 입구에서 그 약병을 주워들었다.
살짝 발라보았더니 과연 다음날 부기가 싹 빠졌다.
다음날 여름은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면서 진지하게 물었다.
“어젯밤에 외할아버지랑 방에서 얘기할 때 밖에서 엿들었지?”
“무… 무슨 얘기를… 했는데요?”
여울이 더듬거리며 밖을 쳐다보았다. 평소에 거짓말을 그렇게 태연하게 하던 여울도 엄마의 매서운 눈앞에서는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도 어쩔 줄 몰라 하며 밖을 보았다.
“강하늘, 우리 하늘이는 정직한 아이지? 대답해 봐.”
여름이 일부러 하늘이를 건드렸다.
“죄송해요.”
죄책감을 느낀 하늘이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냥 누가 엄마를 때렸는지 알고 싶어서 그랬어요.”
“그래서 뽀르르 아빠한테 가서 일렀어?”
어젯밤 자기가 했던 말을 떠올리자 여름은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아빠한테 뭐라고 얘기했어? 설마 내가 한 말을 다 옮긴 건 아니지?”
“아니에요, 절대로 아니에요!”
여울이 힘껏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엄마가 유진이 아저씨를 사랑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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