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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화

한선우의 아버지 뜻에 따라 한선우는 화장하게 되었다. 여름은 마지막까지 보고 가기로 했다. 화장이라니 참담한 기분이었지만 무섭다기보다는 마음이 아팠다.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던 상언 오빠의 마지막을 그렇게 보냈다. 인간의 삶이란 이렇게 허무한 것이었다. 한선우를 보내고 여름은 사흘 동안 출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딜 간 것은 아니고 마치 거북이처럼 자기 껍데기 속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었다. 나흘째가 되었을 때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외숙모님, 저 서도윤이에요.” “도윤 씨….” 여름은 어쩔 줄을 몰랐다. 서도윤이 원망스러운 마음에 전화를 했다고 생각했다. “잠깐 뵙고 싶은데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나와주세요.” 서도윤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여름은 흠칫 놀랐다. 본능적으로 방어적인 태도가 되었다. 그러나 서도윤이 와 달라는 곳이 시내 중심가여서 의심을 거둘 수 있었다. 곧 여름은 차를 몰고 약속한 커피숍의 예약룸으로 향했다. 서도윤은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에는 선글라스와 모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머리도 짧게 자르고 짙은 화장을 해서 여름은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다. “저기… 무슨 일로 불렀어요?” 여름이 맞은 편에 앉았다. 서도윤은 내내 얌전한 사람이지만 쉬운 상대는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었다. 여름과 한선우가 사귀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전혀 질투도 하지 않았고 가끔 양수영이 하는 뒷담화에도 전혀 끼어들지 않았었다. “이거 좀 보실래요?” 서도윤이 자기 휴대 전화를 내밀었다. 여름이 열어보니 다른 휴대 전화의 캡처 화면이 보였다. 보내려고 치던 톡이었다. -조심해, 외시 여름에게 보내던 톡이었다. “이건 선우 오빠 휴대 전화의 마지막 화면이었어요. 사고 후에 경찰이 근처 풀숲에서 주웠대요. 휴대 전화 비번을 몰라서 제게 가져왔더라고요. 열어보니 이 화면이 제일 먼저 보였어요.” 서도윤이 심란한 듯 여름을 바라보았다. “제 생각에 오빠는 사고가 났을 때 뭔가를 깨닫고, 아니면 그게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외숙모님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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