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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7화

어쨌거나 양유진이 그리 좋은 인간은 아니라는 하준의 생각에는 변함없었다. 지금 지룡은 일손이 부족하고 양유진은 꼬리를 깊숙이 말고 있어서 단서를 잡지 못할 뿐이었다. 여름이 하준을 쳐다보았다. “까놓고 말하자면 당신 이기적인 거 알아? 그냥 나랑 유진 씨가 함께 사는 게 꼴 보기 싫은 거잖아? 그래서 온갖 이유를 대서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거고. 너무 치사하지 않아?” 하준은 여름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래, 치사해. 당신이 같이 살려는 사람은 다 내가 검증을 해야겠어. 문제없는 놈이라야 같이 살게 해줄 거야.” “아니, 뭐라는 거야?” 여름은 참을 수가 없어 그대로 하준의 다리 사이를 걷어찼다. 하준은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두 다리로 여름의 다리를 꽉 얽었다. “차 봐. 그래 봐야 다 소용없어.” “놔!” 여름은 어이가 없어서 얼굴이 완전히 빨개졌다. ‘너한테는 아무 느낌 없는지 몰라도 난 정상적인 반응이 온다고.’ 여름은 점점 더 난처해졌다. “못 놔.” 부끄러워하는 여름을 보는 하준의 흑요석 같은 눈에 웃음이 어렸다. “자자.” “이 상대로… 어떻게 잠이 오냐?” 여름은 미칠 지경이었다. 하준을 마구 두드려 패고 싶었지만 옆에 자고 있는 여울이 깰까 봐.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얄미운 짓을 골라서 할까, 그래?” “당신이 언제는 뭐 날 안 미워했나?” 하준이 피식 웃었다.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정말 어쩔 수가 없어….” “당신 같은 변태는 역시 안 서는 쪽이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옳은 일인 것 같아.” 여름은 상처에 소금 뿌리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했었지만 이제는 이판사판이었다. “그럴까?” 하준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아직 잘 모르나 본데 안 서더라도 난 얼마든지 당장 당신을 흥분시켜줄 수 있어.” “……” ‘아니, 이 변태가 진짜!’ 여름은 결코 하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다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결국 입을 꽉 다물고 하준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노려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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