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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화

한참 만에 여름은 중얼거렸다. “너무 비관적으로 그러지 마. 이제 의학이 많이 발달했으니까…. 아주 없는 것도 아니고….”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당신을 안고 있으니 너무 하고 싶긴 한데 거기에 반응이 없네.” 하준은 매우 괴로운 얼굴로 솔직하게 말했다. 여름의 얼굴은 더욱 빨갛게 달아올랐다. “최하준….” “그냥 팩트를 말한 거야.” 하준은 고통스러운 얼굴이었다. “FTT가 망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되찾아 오려고 했을 거야. 더구나 우리가 그렇게 사랑했던 사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매 순간마다 당신 생각뿐이야. 예전의 기억이라도 되찾아 오고 싶어.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들이 되살아나면 최소한 내 추억 속에서 우리 사랑은 영원할 테니까.” “돌았나 봐.” 여름은 본능적으로 나무랐다. “최면을 되돌려서 기억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해. 잘못하면 뇌 손상으로 완전히 백치가 될 거라고.” 하준은 여름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환하게 웃었다. “아직도 나에게 마음 써주는구나.” “미쳤네.” 여름은 화가 났다. “난 그냥…” 여울이를 돌보아야 할 아빠가 백치가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을 뿐이었다. “여울이가 커서 백치 아빠를 돌봐야 할까 봐 그런 거지.” 여름이 짜증스럽게 뱉었다. “거짓말.” 하준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젓더니 여름을 침대에 눕혔다. 자기 몸을 여름의 몸 위로 겹치더니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고통스러운 눈으로 여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너무나 당신을 따라다니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당신에게 만족을 줄 수 없을 것 같아서. 하지만 이거 하나만 약속해 줘. 제발 양유진하고는 이혼해. 서인천이든 도재하든 상관없으니 다른 사람과 재혼해. 그러면 앞으로 절대로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게.” 그런 말을 듣자 여름은 하준의 가장 약한 부위를 걷어차고 싶어졌다. 그러나 어쨌든 서지도 않는데 거기에 폭력까지 가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어 어금니를 물고 말했다. “돌았어, 진짜? 결혼이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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