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1화
“당신은 진작부터 가만히 있지는 않았지. 다만 너무 잘 감추고 있을 뿐. 그 꼬리를 어디까지 숨길 수 있는지 한 번 두고 보자고.”
그렇게 말하고 하준은 여름을 쳐다보았다. 끄떡도 하지 않는 여름을 보니 마음이 은근히 아팠다.
뒷좌석 창문이 열리더니 여울이 머리를 내밀고는 짜증 난다는 듯 말했다.
“큰아빠, 유치원 가야죠!”
“그래, 가자.”
하준이 차에 올랐다.
떠나면서 백미러로 보니 양유진이 고개를 숙여 여름의 입술에 입 맞추는 모습이 들어왔다.
힘껏 핸들을 잡았다. 손등의 힘줄이 시퍼렇게 올라왔다. 저도 모르게 엑셀레이터를 확 밟았다.
여울이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꺄악! 너무 빨라! 무서워!”
하준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는 사과했다.
“미안하다.”
“어른이면 점잖아야죠.”
여울이 허리에 손을 얹고는 한마디 했다.
“…네 말이 맞다.”
하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가 수그러졌다.
여울은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이미 양유진 아저씨와 결혼했으니 앞으로 엄마를 따라 유진 아저씨와 살 생각을 아니 어쩐지 떠돌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그만 녀석이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니?”
꼬마가 어른처럼 한숨을 푹 내쉬는 모습을 보고 하준이 물었다.
“아침에 들으니까 이제 이모가 유진이 아저씨네로 들어간대요.”
여울이 갑자기 슬픈 듯 말했다.
“이제는 마음대로 못 가게 되었어.”
이때 급커브길이 나왔다.
잠시 정신을 파는 와중에 검은 고급 승용차가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무의식중에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너무 늦었다.
두 차량은 쾅 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뒷좌석의 여울은 놀라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하준은 급히 돌아보았다. 다행히도 시트에 얌전히 안전벨트를 채워 앉혀놓았던 지라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놀랐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계속 울기만 했다.
하준은 얼른 차에서 내려 뒷좌석으로 가 여울을 안고 나왔다.
여울은 하준을 꼭 안고 대성통곡을 했다.
고급 승용차 운전석에서 중년 남자가 걸어 나오더니 친절한 말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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