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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5화

이주혁이 콧방귀를 뀌었다. “됐다. 어쨌든 지금 네 눈에는 백지안 밖에 안 보이겠지. 어쨌더거나 내가 경고하는데 네 등 뒤에 쿠베라가 없어지는 순간 백지안은 널 떠날 거야.” “웃기지 마!” 송영식은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너도 하준이랑 똑같아. 너희들 왜 사람이 이렇게 됐냐? 우리는 다섯 명이 다 같이 자랐는데 왜 이렇게 지안이를 미워하는 거야?” “그래. 온 세상 사람이 다 백지안에게서 등을 돌리는데 너 혼자서 걔를 지키고 있어. 그러면서 우리는 정신이 나갔고 너 혼자서 멀쩡한 것 같지? 그래, 지안이를 위해서 온 세상과 맞서 봐라. 아주 피와 뼈가 다 갈려 나갈 거다.” 이주혁은 짜증이 났다. “난 수술 들어가야 해. 너랑 노닥거릴 시간 없다.” 그러더니 무표정하게 나가버렸다. ‘말을 하면 할수록 화만 나네.’ 사실 임윤서가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송영식은 이주혁의 방에서 나왔다. 터덜터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은 소아청소년과였다. 30세 남짓한 아빠가 예쁘장한 여자아이를 데리고 지나갔다. 여자아이의 눈이 까맣고 커다랬다. 그러나 어디가 아픈지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너무나 귀여운 아이였다. 아빠가 딸을 달랬다. “걱정하지 마, 딸. 의사 선생님이 우리 딸 목 봐주실 거야. 주사는 안 놓고….” 갑자기 심장이 욱신거렸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저렇게 귀여운 애를 없애 버리는 건가? 아이씨!’ 송영식은 짜증스럽게 차를 몰았다. 어쩐 일인지 차는 임윤서의 집 앞으로 향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안에서 벌컥 열렸다. 윤서는 청바지 위에 분홍색 잠옷을 입은 채 분노에 차서 송영식을 노려보았다. “사람을 왜 그렇게 노려봅니까?” 송영식은 마음이 답답했다. ‘나도 노려볼 수 있거든. 나도 피해자라고!’ “당신 때문에 엉망진창이야! 당신 식구들이 나한테 무조건 아이를 낳으래. 그런데 내가 당신을 노려보지 않으면 누굴 노려봐?” 임윤서는 송영식을 보자마자 부아가 치밀었다. 송영식은 코를 문질렀다. ‘어라? 진짜로 누나가 약을 바꿔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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