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자리를 잡고서 여름은 가장 매운 코스를 주문했다.
각종 내장, 양고기, 소고기…
음식이 다 나오자 천엽을 국물에 넣어서 후후 불어 입에 넣었다.
‘음~ 이 맛이야.’
최하준의 표정이 약올라 죽을 지경이다.
‘자기 먹고 싶은 것만 먹겠다? 나는 안중에도 없다 이거지?’
예전같으면 최하준이 좋아하는 메뉴로 주문했을 터였다.
그리고 친절하게 ‘이렇게 먹어요, 저렇게 먹어요’ 하면서 먹여주었겠지?
이제는 더 이상 최하준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지 않는다.
여름의 눈에 최하준은 없으니까.
가슴에 시린 통증이 느껴졌다. 시큰둥한 목소리로 여름을 불렀다.
“고기 먹고 싶습니다.”
“손이 없어요, 입이 없어요? 직접 드세요!”
여름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머리에 열이 확 뻗쳤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어느새 최하준은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궈진 숯덩이가 되었다. 이를 갈며 말했다.
“도대체 얼마나 매운 코스를 시켰길래 이럽니까?”
“매운 맛 4단계.”
“나를 못 먹게 하려고 아주 필사적이군요!”
최하준이 냉소했다.
여름이 미간을 찡그리며 얼굴을 들었다. 뜨거운 열기에 작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아니거든요. 나 원래 이렇게 매운 음식을 좋아해요. 그동안 당신 입맛에 맞추다 보니 집에서 매운 음식을 안 한 것 뿐이죠. 난 지금 매운 음식이 너무 당겨요. 딴 사람 신경 쓰느라 내 입맛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구요. 아시겠어요?”
최하준이 심란해졌다.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나랑 입맛이 같은 거 아니었어?’
입맛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 사람의 태도였다.
여름의 태도는 최하준을 열 받게 했고 하는 말들은 모두 예전과 달리 얼음장이다.
“이건 짚고 넘어가죠. 내가 언제 맞춰 달랬습니까? 강여름 씨가 나서서 그런 거지?”
‘어쭈? 다 내 탓이라 이거지? 자업자득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최하준을 탓할 게 아니라는 걸 여름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 미련한 자신을 탓해야 한다.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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