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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장

아택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여기서 같이 사는 것도 괜찮네요. 안방도 두개 있고, 제가 가끔 오기 딱 좋을 거 같아요. 나가서 일할 필요도 없어요. 제가 그동안은 먹여 살릴 수 있으니 아이 낳고 다시 얘기해요. 비록 우리가 미래는 없지만 제가 아이 아빠니까 제 말대로 해요. 같이 안 사는 거 빼고는 다 다른 부부들처럼 해요.”   안야는 마음이 왠지 모르게 공허했고 처음으로 아택을 정면으로 보자 갑자기 경소경에 대한 집착이 확 식었다. 그 순간, 그녀는 아택과의 관계가 서로 원하는 진실된 관계이길 바랐고, 완벽한 가정을 꾸리길 바랐지만 이 모든 건 아쉽게도 다 거품이었다.   이러한 압박감에 그녀를 숨을 쉴 수 없었다. “그… 거즈를 다 써서, 필요한 것 좀 더 사 올게요. 상처가 빨리 낫진 않을 거 같아요.” 그녀는 황급히 집에서 나와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약국에 도착하자 그녀는 익숙한 그림자를 보고 당황해서 뒤돌았지만 목소리를 듣고 멈췄다. “거즈는 왜 사요? 어디 다쳤어요?”   그녀는 발 걸음을 멈추고 아무렇지 않게 임립을 보았다. “아니요, 혹시 몰라서 사려고요. 뭐 사러 오셨어요?”   임립은 자연스럽게 계산대에서 계산을 했다. “손가락이 긁혀서 밴드 사러요.”   안야는 대화를 이정도 밖에 이어가지 못 했고 임립이 자신에게 인사를 건넸다는 것 만으로도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사치였다. 게다가… 만약 아택이 그 집에 있는 걸 임립이 알게 된다면 비밀을 숨기기 힘들 것이다.   그녀가 이사를 가고 싶은 또 다른 이유는 아파트가 임립네 회사와 너무 가까워서였다. 그녀는 그에게 뭐라도 들킬까 두려웠지만 아택이 이사 가게 두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임립이 나간 뒤 그녀는 그제서야 필요한 물건들을 다 사고 계산을 했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총 4만원정도 나왔지만 그녀는 딱 계산할 돈만 있는 걸 보고 정말 자신이 가난해짐을 체감했다.    집에 돌아온 후 그녀는 아택이 침대에서 일어나 옷 갈아 입고 나가려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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