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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3장

본가로 돌아가는 길에 기모진의 머릿속은 조금 전 어머니가 했던 얘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속도를 높였고, 십여 분 정도 지나 본가에 도착한 그는 차고에 차를 주차해두었다. 차에서 내린 뒤 그는 곧바로 거실로 향했고 입구에 도착해보니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발걸음이 멈췄고, 심장이 두근댔다. 소만리가 고개를 들어 기모진과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그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는 마치 유리구슬처럼 맑고 깨끗했다. “전 묵비 씨께서 오신 줄 알았는데, 기모진 씨였군요.” 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쿵쾅대던 기모진의 심장은 다시 평온함을 되찾았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기묵비 씨를 기다렸나요?” “묵비 씨랑 저랑 여기 같이 오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하길래 제가 먼저 왔죠.” 소만리는 느긋하게 설명했다. “모진씨 때마침 잘 오셨네요. 저랑 묵비씨가 따로 얘기를 전할 필요는 없겠네요.” “무슨 얘기요?” 기모진은 소만리의 앞에 서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고, 기모진의 탐구심 가득한 눈동자를 그녀는 태연하게 마주하며 얘기했다. “저랑 묵비씨 결혼하는 거요.” 부드러운 그녀의 말이 기모진의 귓가에 닿고, 심장에 닿았다. 그는 그 말이 이상하게도 굉장히 무겁게 느껴졌다. 순간 호흡이 멈추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기모진 씨는 저랑 묵비씨 축하해 주실 거죠? 어쨌든 묵비씨가 삼촌인데.” 순간 굳어진 기모진의 얼굴을 보며 소만리는 환히 웃고 있었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랑 결혼하는데, 앞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기모진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게 소만리는 꽤 의외라고 생각됐지만 그녀는 담담히 웃어 보였다. “그럼 기모진 씨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꼭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그녀의 역질문에 기모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고, 소만리의 웃음은 더욱더 짙어졌다. “제가 알기론 기모진씨 전처인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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