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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장

소만리와 기모진은 호정의 행동에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세상 억울한 표정을 한 채 호정은 불만스럽게 그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기 선생님, 선생님은 이미 내가 이 집에 머무는 걸 허락해 주었고 날 책임지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매일 소만리와 함께 있기만 하고 나는 이렇게 내팽개쳐 두는 거예요?” 호정은 직설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짜고짜 묻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 순진하고 어리석어 보였다. 고승겸에게 이용당하는 것도 모른 채 고승겸에게 휘둘린 것도 모자라 그렇게 해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해 봐야 뭘 하겠는가. 호정의 말을 들은 기모진은 호정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은 듯 소만리의 어깨를 감싸고 눈을 내리깔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만리에게 말했다. “소만리, 별것 아닌 사람 때문에 우리 기분을 망치지 말고 어서 가자.” 그는 다정하게 말했다. 소만리도 더 이상 호정과 말다툼하고 싶지 않아서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모진은 삽시간에 냉엄해진 얼굴로 소만리를 끌어안고 호정의 곁을 싸늘하게 지나갔다. 두 사람은 말 그대로 완전히 그녀를 무시했다. 호정은 두 사람의 행동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입술을 깨물었다. 기모진의 품에 안겨 편안하게 호위를 받으며 떠나는 소만리를 보며 호정의 눈빛에는 질투심이 불같이 타올랐다. 그녀는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호정은 소만리가 여러 방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나고 완벽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자신이 훨씬 젊다는 건 큰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스무살, 얼마나 꽃다운 나이인가. 게다가 그녀의 이목구비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편이기도 했다. 상큼 발랄하고 싱그러운 매력을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그녀는 여전히 매력적인 여자였다. 어차피 기모진도 남자라 이 법칙에서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모르는 한 가지가 있다. 하필이면 기모진은 예외 중의 예외라는 것이다. “흥.” 호정은 답답한 듯 콧방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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